“간헐적 저산소증이 종양 형성에 중요 역할”

잠을 자다가 잠깐씩 호흡이 줄거나 숨이 멈추는 증상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보이는 환자들이다.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된 논문(2018년)을 보면, 순천향의대 연구팀이 19세 이상 성인 2천740명(남 1천368명, 여 1천3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5.8%(남 19.8%, 여 11.9%)가 수면무호흡증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인 6명 중 1명꼴로 수면무호흡증 증상을 경험하는 셈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기도(공기 통로)가 막히면서 코골이가 심해지고, 호흡이 일시적으로 10초 이상 멈추는 게 주요 증상이다.

다만, 수면무호흡증과 단순 코골이는 구분된다. 코골이는 막히거나 좁아진 기도로 공기가 통할 때 기압이 낮아지면서 점막이 떨리는 소음으로, 상기도 폐쇄를 동반해 산소 저하를 부르는 수면무호흡증과는 다르다.

보통은 코골이 하는 사람의 20∼70%에서 수면무호흡이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심근경색·뇌졸중·치매·돌연사와 큰 연관

수면무호흡증은 코골이와 무호흡증이 번갈아 가며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좀처럼 깊은 잠을 잘 수 없어 주간졸림증, 두통, 기억상실, 우울증 등의 추가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질환이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장기간 내버려 두면 고혈압, 심부전, 심근경색, 뇌졸중, 치매 등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무호흡 증상에 의한 저산소증과 교감 자율신경계의 과도한 활성이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심혈관계를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수면무호흡의 경우 치매 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민현진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환자는 극히 일부로 본다”며 “수면무호흡증을 단순한 코골이 질환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방치할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4만2천99명(평균연령 62세)을 추적 관찰해 국제학술지(BMJ Open, 2021년)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수면무호흡증은 모든 원인에 의한 돌연사 위험을 74% 높이고,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을 94%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이 세포에 공급되는 산소를 차단하기 때문에 체내 항산화물질의 불균형을 초래해 세포를 손상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봤다.

최근에는 수면무호흡증이 폐암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조재영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1~2018년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받은 18만1천70명의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9년 동안 추적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서 수면무호흡증 그룹의 연간 폐암 발생률은 10만명당 39.5명으로, 수면무호흡증이 없는 대조군의 24.93명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우 폐암이 발생할 위험이 대조군에 견줘 1.95배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위험은 여성(2.14배)이 남성(1.90배)보다 컸으며, 연령대별로는 65세 이상 노인에서 최대치(2.99배)를 보였다.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의 특징인 간헐적인 저산소증이 종양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간헐적인 저산소증이 산화 스트레스, DNA 손상 및 전신 염증, 면역조절 장애 등을 유발함으로써 암 발생 및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만 땐 체중 감량하고 금연·금주 바람직

수면무호흡증의 원인으로는 해부학적 구조상 턱이 비정상적으로 작거나 목이 굵은 경우, 편도선이나 아데노이드 조직이 비대해져 상기도 공간이 좁아지는 경우 등이 꼽힌다.

비만으로 목 부위에 지방이 쌓이거나 혀, 편도 등의 조직이 비대해진 경우도 상기도 공간이 좁아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외에 흡연, 알코올, 진정 작용이 있는 약물 등도 수면무호흡증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면무호흡증 진단에는 수면 중 호흡, 심장 상태, 산소 농도, 뇌파와 같은 다양한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가 권장된다. 보통은 이 검사에서 ‘무호흡-저호흡’ 이벤트가 시간당 15회 이상이거나, 5회 이상이면서 주간 졸음, 불면증, 코골이,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의 임상증상이 동반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이 질환은 우선 수면 방법이나 생활 습관을 바꿔 증상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도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는 상기도 부분의 공기 유입량을 증가시켜 수면무호흡 증상을 줄여준다는 사실이 CT(컴퓨터단층촬영) 영상 연구로 확인된 부분이다.

비만한 경우에는 체중을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육량과 폐활량을 늘리면 수면무호흡증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 연구에서는 복부비만과 고혈압, 고혈당 등의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의 수면무호흡증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견줘 1.96배 높았다. 또 비만한 임신부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하면 임신중독증이나 조산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윤지은 교수는 “비만하면서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우선 체중 감량을 하는 게 증상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며 “흡연과 알코올도 상기도 염증을 유발해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키는 만큼, 금연과 금주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양압기 쓰면 증상 개선에 도움

수면무호흡증의 치료법으로는 수술과 양압기 착용이 있다. 이 중 양압기는 얼굴에 부착해 기도를 확장함으로써 공기 공급을 돕는 방식으로, 낮 졸음 개선과 삶의 질 향상, 혈압·혈당 저하 등의 효과가 있다.

다만 양압기 효과를 보려면 순응도(하룻밤에 4시간 이상 사용한 일수가 전체 사용 기간 중 70% 이상인 경우)를 높이고, 기구를 깨끗하게 유지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최근에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NEJM’에 비만치료제로 쓰이는 약물이 수면 무호흡증에도 뚜렷한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내놔 새 치료제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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