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력·재임 기간 성과·트럼프에 이겨본 경험 등 고려
대선 임박한 시점에 유례없는 후보 교체도 부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령·인지력 저하 논란 속에 민주당 안팎에서 거센 대선후보 사퇴 압박을 받고 있지만 민주당원 다수는 여전히 그를 지지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BBC는 최근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기부자, 진보 성향 배우 등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촉구한다는 소식이 뉴스 헤드라인을 채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많은 당원들이 바이든 지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정치인 80명 이상이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표명했고 그가 대선 완주 의지를 피력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이에 가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협력자들은 또한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 11일 한 시간가량 가량 진행한 단독 기자회견에서 그가 ‘선방’했다고 평가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지난 12일 기자들에게 전날 기자회견에 대해 “그(바이든)가 외교 정책에 대한 진정한 지휘 능력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외교 정책에 대해 단 1분도 일관되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타 후보로도 거론되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CBS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올인하고” 있으며 그와 “입장 차이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주 초에는 흑인 의원 약 60명이 모인 의원단체 블랙코커스(CBC)와 라틴계 의원 40명의 모임 히스패닉 코커스(CHC) 등 다양한 그룹들이 그가 민주당 후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의 일부 핵심 후원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를 고수하면 9천만달러에 달하는 후원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그를 변함없이 지지한다는 고액 기부자도 적지 않다고 BBC는 지적했다.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 ‘아시아태평양섬주민 승리 기금’ 설립자로 20년 넘게 민주당 후원 행사를 이끌어온 셰카르 나라심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길 것으로 믿기 때문에 그를 지지한다며 “출마 여부는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고 우리는 그의 결정대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음을 시사한다.
ABC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5~9일 미국의 성인 2천4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양자 대결 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6%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47%)과 불과 1%포인트 차이였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답하기는 했지만 가상 대결에서는 팽팽한 박빙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는 이유로 그의 정치적 이력과 원칙, 재임 기간의 성과,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거둔 승리 등을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대선 후보 TV 토론 등 공개석상에서 보인 불안정한 모습이나 재선 후 4년 동안 이어질 건강 우려보다는 그가 정치인으로서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에 더 의미를 둔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략가인 사이먼 로젠버그는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계속 뛰기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나는 사람들이 그것을 매우 존중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 고문이었던 아메시아 크로스는 흑인 의원들은 물론 많은 흑인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민권에 충실한 대통령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11월 대선까지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 후보를 찾아야 하는 위험부담도 다수의 민주당원들이 바이든 지지를 고수하는 이유다.
로젠버그는 “우리 시스템상 대선 후보를 이 정도로 늦은 시기에 교체하는 것은 어렵고 전례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무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