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폐막일인 11일 단독 기자회견을 열어 인지력 저하 논란에 따른 거센 대선 후보 사퇴론 차단을 시도했지만, 미국 언론의 평가는 여전히 싸늘했다.
지난달 29일 첫 대선후보 TV 토론에 비해서는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 속에서도 민주당 내에서 분출하는 ‘대선후보 사퇴론’을 불식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보도가 주를 이루는 상황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첫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부터 실수를 저질렀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부통령’이라고 잘못 말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실수를 곧바로 정정했고, 이외에는 큰 실수 없이 힘찬 목소리에 일관성 있고 자신있는 답변으로 모두 11명의 기자와 59분간 문답을 나눴다.
하지만, ABC 뉴스는 ‘민주당원들은 바이든의 기자회견이 그들을 연옥(purgatory)에 남겨뒀다고 걱정한다’는 분석 기사에서 “이번 회견이 TV 토론보다는 나았지만, 그렇다고 마스터클래스는 아니었다”며 민주당원들의 우려는 회견 전과 같다고 보도했다.
ABC 뉴스는 그러면서 “홈런도 아니고 재앙도 아니다. 하지만 그(바이든)가 출마해서 선거에 나가서 이긴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 TV 토론을 지우지도 못했다.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우리는 여전히 연옥에 갇혀 있다”는 전직 하원 민주당 보좌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최악의 시나리오’ 언급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회견을 계기로 대선 완주 의지를 더욱 굳히겠지만, 당내에서 후보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면서 내홍과 분열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읽힌다.
대선 경합주의 민주당 전략가는 ABC 뉴스에 “대통령과 그의 팀은 이번 회견을 대성공으로 여기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하기 위한 전성기를 너무 많이 지나쳤다는 또 다른 사례로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역시 이날 회견에 대해 “바이든은 위험천만한 기자회견에서 살아남았지만, 출혈을 멈추는 데는 실패했다”고 짚었다.
뉴스위크는 또 “그(바이든)는 사퇴해야 한다. 절대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바이든 대선 캠프 관계자의 말을 전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가까운 보좌관들이 갈수록 더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고문들과 지지자들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퇴를 고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날까지 하원의원 17명, 상원의원 1명 등 총 18명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하원의원 213명 전원을 상대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론과 관련한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지난 9일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집단 사퇴 요구는 나오지 않은 바 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의 의견 수렴 예고에 대해 뉴스위크는 “제프리스의 신중한 접근은 민주당 내부의 불확실성을 강조한다”며 “당내에는 바이든에 대한 대체적인 충성심이 있지만, 백악관을 지키려면 당이 강력하고 단합된 전선을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