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하원의원, 대법관 탄핵소추안 발의
“자산가 선물 수수, 불공정 재판 강행”
NYT “탄핵 가능성 없지만 유권자 의식”
연방대법 둘러싼 ‘정파성 논란’도 지속

연방대법원의 ‘강경 보수’ 대법관 2명에 대한 탄핵 주장이 나왔다. 비밀리에 자산가에게 선물을 받고, 공정성 논란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판결을 강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탄핵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연방대법원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 우군으로 간주되는 상황과도 연관이 깊다.

“향응 수수하고, 불공정 재판 기피 안 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뉴욕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이 이날 클래런스 토머스·새뮤앨 얼리토 주니어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두 대법관이 △자산가로부터 향응을 수수하고 △판결 기피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이 탄핵 주장 요지다. 다른 민주당 하원의원 8명도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두 대법관은 자산가의 고액 선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법관의 윤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토머스 대법관은 부동산업자 할런 크로의 전용기를 무료로 이용해 온 이력이, 얼리토 대법관은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자 폴 엘리엇 싱어에게 ‘호화 여행’을 선물받은 사실이 지난해 폭로됐다.

게다가 두 대법관은 공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사건 판결에 참여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토머스 판사의 배우자는 2020년 대선에 관해 “바이든과 좌파는 우리 역사상 가장 큰 강도질을 시도하고 있다”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는 친(親)공화당 인사다. 얼리토 판사 집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1년 워싱턴 의사당 폭동 때 쓰던 깃발이 걸린 적이 있다.

둘 모두 트럼프 측 ‘대선 불복’ 주장에 기울어 있다는 의심을 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뒤집기 시도’ 사건을 기피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인정한 판결에 힘을 실으며 그에게 정치적 승리도 안겨줬다.

다만 이번 탄핵소추안 발의가 실제 대법관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을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NYT는 “민주당 일각에선 대법원에 대한 우려가 유권자들에게 (트럼프를 반대할) 동기를 부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의 장’ 된 연방대법원

이번 탄핵 시도는 연방대법원의 정파성 논란을 단적으로 드러낸 측면도 있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6 대 3으로 보수 우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대법관을 3명(닐 고서치·브렛 캐버노·에이미 코니 배럿)이나 임명한 영향이 크다. 이후 연방대법원은 △임신중지(낙태)권 폐기 △소수자 우대 정책 폐기 △전직 대통령 면책특권 인정 등 굵직한 판결에서 보수 편에 서 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 루스 마커스는 ‘트럼프 2기’를 막아야 하는 이유로 ‘연방대법원 우경화’를 들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일 ‘바이든의 도박을 이어가기에는 연방대법원에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 재집권 시 보수 우위 대법원이 수십 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마스·얼리토 판사가 은퇴하고 젊은 보수 대법관이 공석을 채워, ‘보수 2석’을 수십 년 더 확보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으로, 스스로 은퇴하거나 사망해야 임기가 끝난다.

0
0
Share: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