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동맹들, 美대선 ‘걱정·불안’…”트럼프 재집권 가능성 대비”
“美 없어도 우크라 지속적 군사 원조 방안 모색…예산이 관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사흘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도 미 대선 리스크가 드리우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재선 불확실성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나토 동맹국 정상들의 불안감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나토 지도자들이 나토 중심부에 구멍이 뚫릴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북미와 유럽지역 안보 동맹체인 나토의 중추 국가로,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나토의 미래가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나토 창설 75주년 정상회의를 러시아 등 적국의 위협에 맞서 나토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신의 고령 논란을 불식시킬 기회로 삼는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첫 대선 TV 토론에서 인지력이 저하된 모습을 보이며 상대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린 이후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나토 정상들은 나토를 중시하고 지지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4년 임기를 더 이어갈 수 있을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 지난 5일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나처럼 나토를 한데 모을 수 있냐”며 “나를 판정할 좋은 방법이라고 보는데 미국, 여기에서 다음 주에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데 와서 듣고 그 사람들이 뭐라고 얘기하는지 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완주 의사를 거듭 밝혔지만 그의 미래가 불확실한 가운데 나토에 비우호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은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나토를 “쓸모없다”고 치부하며 탈퇴 위협을 했다.
올해 초에는 나토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회원국에 대해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내버려 두겠다”는 그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켰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TV 토론 이후 여론 조사에서 우위를 점하자 주요 유럽 동맹국들이 그의 두 번째 임기가 동맹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미국의 무기와 돈, 정보 수집 없이 러시아를 상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하고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이런 지원이 지속 가능할지 따져보고 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나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예컨대 미국이 빠지더라도 우크라이나에 장기적인 군사 원조를 할 수 있게 새로운 나토 사령부를 신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이 관건이다.
나토 32개 회원국 가운데 20여개국은 국민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10여년 테러가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올랐을 때 세운 이같은 국방비 지출 목표는 러시아의 위협 등 당면 과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말한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군비 증강에 나섰지만 역시 예산 확보가 문제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는 “점점 더 필사적인 러시아 정권의 위협을 확실히 저지하기 위해 (나토 회원국 국방) 예산을 또다시 두배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백악관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의 새로운 군비 지출 목표 설정 및 달성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