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반응 대체로 ‘잠잠’…인플레 진정 ‘추가 증거’ 6월 CPI 주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가운데, 미 국채 금리는 소폭 상승했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일정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미래 조치의 시기에 관한 어떠한 신호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긍정적인 지표가 더 나타나면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인)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더 공고해질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다는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채권 투자자들은 이번 달 들어 국채 금리 하락(가격 상승)에 지속적으로 베팅해왔고, 이달 초 4.49%를 찍었던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 여파로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에 전장 대비 5bp(1bp=0.01%포인트) 오른 4.327%를 찍었고 4.29%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0.8bp 오른 4.626%, 30년물 국채 금리는 3.2bp 오른 4.49%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낮을 가능성을 73.2%로 보고 있다. 이는 전날 75.6%보다는 내려왔지만 일주일 전 68.9%보다는 여전히 높다. 12월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5%포인트 이상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74%다. 시장은 이르면 9월부터 연내에 두차례에 걸쳐 0.25%포인씩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수바드라 라자파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균형 잡혀 있었으며 정책 결정은 각각의 회의 기반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시장은 계속 9월 금리 인하를 기대하지만 이는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10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발언뿐만 아니라 11일 발표될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에 주목하고 있다.
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1월 3.1%에서 3월 3.5%로 올라가며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키웠는데,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6월에는 다시 3.1%로 내려올 전망이다.
또 근원 CPI(변동성이 큰 식음료·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2개월 연속 전월 대비 0.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라는 것이다.
이날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말을 아낀 가운데 시장 반응은 대체로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시중 금리 상승 속에 달러 가치는 소폭 강세를 보였다.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105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날 105.1 위로 올라왔다.
미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07%)와 나스닥지수(+0.14%)는 각각 5거래일·6거래일 연속 종가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지만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13% 하락해 약보합세였다.
칠레 페소와 브라질 헤알을 비롯한 남미 통화들은 강세를 보였으며,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된 덕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