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스페이스X 로켓 발사 거점 문제 제기


‘690억 원 규모’ 신고해 놓고 4조 원 확대


인허가 당시 환경 영향 훨씬 뛰어넘지만


‘우주 산업 진흥’ 로비에 규제 당국 쩔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로켓 발사 시설 인근에 막대한 환경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머스크가 환경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 계획을 축소해 보고했다는 폭로도 제기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 시간) 스페이스X와 미 연방항공청(FAA) 내부 자료 등을 바탕으로 이같이 보도했다.

‘공짜 완충지대’가 된 야생동물 보호구역

문제의 사업장은 미국 텍사스주(州) 보카치카 해안 인근의 스페이스X 전용 우주기지인 ‘스타베이스’다. 이곳은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개발 거점으로, 약 1.4㎢ 크기 사업장을 수백㎢ 규모 국립공원이 둘러싸고 있다. 스페이스X로서는 작은 ‘노른자 땅’을 구매한 덕에 인적 없는 보호구역을 로켓 발사에 필요한 ‘공짜 완충지대’로 활용하게 된 셈이다.

물론 사업 초기 연방·지역 환경 당국도 이 같은 스페이스X의 입지 계획을 우려했다. 자칫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환경 재난으로 번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 인근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다.

그러나 당시 머스크는 ‘사업 투자 규모가 약 5,000만 달러(약 690억 원)에 불과해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계 당국을 설득했다. FAA는 이 계획에 입각해 환경영향평가를 수행, 건설 허가를 내줬다.

“스페이스X 야망에 야생동물 보호는 뒷전”

계획이 무색하게도, 현재 스타베이스 투자 규모는 30억 달러(약 4조 원)에 달한다. 초기 계획보다 사업 규모가 60배나 커진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곳에서 시험 발사하고 있는 스페이스X의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은 당초 사업 계획에 담긴 로켓 ‘팔콘’보다 무게가 4배나 더 나간다.

이러한 사업 규모 확장은 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NYT는 “지난해 스타십 로켓 발사 실패 당시 콘크리트 파편이 약 800m 거리까지 튀어나갔는데 이는 FAA의 예상을 훨씬 벗어난 것”이라며 “스타베이스는 2019년부터 최소 19회에 걸쳐 인근 지역에 화재·누출·폭발 사고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소음·온도·진동 피해도 규제 범위를 아득히 뛰어넘었다고 한다.

게다가 지역 개발 당국 관계자는 NYT에 “스페이스X는 2014년쯤부터 대규모 로켓 개발 구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절차를 손쉽게 통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업 규모를 축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한 전직 국립공원 관계자 역시 “스페이스X는 매번 계획을 번복했다”며 “우리는 속아 넘어갔다”고 말했다.

관계 당국 역시 2020년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수행하려 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소됐다고 NYT는 전했다. ‘우주산업 진흥’을 앞세운 스페이스X 로비에 가로막혔을 것이라는 게 신문의 추정이다. 실제 스페이스X는 2020년 FAA 발사 보류 명령을 무시한 채 로켓을 쏘아 올리고도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는 등 법 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NYT는 “스페이스X 임원들은 미 의회 청문회에 초청받아 규제기관의 허가 지연을 성토하기도 한다”며 “기업 야망에 야생동물 보호는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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