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정치적 올바름’ 지양, 중도주의도 조언

토니 블레어(71) 전 영국 총리가 자신을 이어 노동당으로 정권교체를 재현한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유럽과 영국에서 약진한 극우 세력에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7일(현지시간) 선데이타임스 기고에서 극우 성향 영국개혁당이 지난 4일 총선에서 보수당을 타격했으나 노동당에도 도전이 된다면서 “이민을 통제할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의 극우 정치 세력이 이민자 유입에 대한 불만을 등에 업고 지지도를 높이는 만큼 이민 정책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충고한 것이다. 그러면서 총리 시절 자신의 ‘성공적 경험’을 소개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나는 총리에 있을 때 영국에 살 권리가 있는지 알 수 있는 신분증 체계가 최선의 해법이라고 생각했다. 세계가 디지털 ID(신분증)로 옮겨가는 가운데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노동당 정부 때인 2008년 외국인 신분증 발급을 의무화했고 2009년에는 영국인도 자율적으로 발급받도록 했으나 2010년 보수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가 출범한 이후 신분증 제도를 모두 폐기했다.

블레어 총리는 1997년 총선으로 보수당 정권을 교체하고 2007년까지 총리를 지내며 ‘제3의 길’을 추진했다.

이날 기고에서 역시 경제와 사회문화 측면에서 중도주의를 강조하면서 “(스타머) 정부는 ‘워키즘'(wokeism)에 대한 어떤 취약성이라도 있다면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워키즘’ 또는 ‘워크’는 진보 세력이 인종·성차별 문제에서 지나치게 정치적 올바름(PC)을 추구한다고 비꼬는 말이다.

그는 또 “노동당은 언제나 그렇듯 (좌파에서) 중도좌파로 복귀함으로써 승리했다”며 “흔한 비판과 달리 중도는 좌우의 흐릿한 중간이나 이념이 아닌, 정책이 먼저고 정치가 그다음인 해결책의 자리고 합리적인 동시에 급진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선 “인프라와 주택 등 기획 체계에서 느린 관료주의의 개혁, 브렉시트 협정에서 최악인 부분도 수정해야 하지만 유일한 게임체인저는 기술의 잠재력, 특히 인공지능(AI)의 새로운 발전을 완전히 수용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4일 총선에서 노동당은 중도화 전략과 보수당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스타머 총리는 블레어, 고든 브라운에 이어 14년 만에 탄생한 노동당 소속 총리다.

블레어와 브라운 내각에서 일했던 내각 인사 두 명이 이번 스타머 정부에 복귀했다고 BBC 방송이 7일 전했다.

2009년까지 내무장관 등 여러 직책을 맡았던 재키 스미스(61)는 이번에 교육부 부장관으로 기용됐고, 2010년까지 국제개발장관 등을 거친 더글러스 알렉산더(56)는 산업통상부 부장관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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