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가기 전 사막에 성폭행·고문·장기적출 등 위험 노출

4년새 사망 확인만 1천여건…”유럽 이주통제책이 위험 부채질”

전쟁과 빈곤을 피해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난민과 이주민들이 폭력과 성폭행, 장기 매매 등의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유엔 보고서가 발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유엔난민기구(UNHCR), 비정부기구인 혼합이주센터(MMC)가 공동으로 발행한 보고서를 인용해 사막을 가로질러 고국을 떠나는 이들이 처한 위험의 실태를 보도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아프리카 이주민 3만1천명 이상을 인터뷰해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민들은 성폭행, 고문, 성매매, 장기 적출 등을 당하거나 탈수와 질병으로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과 이주민들이 직면하는 위협은 많이 알려졌지만, 사막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막에서 목숨을 잃는 이주민이 지중해에서 숨지는 경우보다 적어도 두배 이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하라 사막을 건너다 숨진 사람은 1천180명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사하라 사막 등을 건넌 이주민들이 성폭행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언급한 위협은 신체적 폭력이었다.

이들은 가족들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 임의로 가두거나 강제 노동, 성매매, 범죄에 이용하기 위해 인신매매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고문과 장기 적출 위험도 흔했다.

이런 폭력은 주로 범죄 조직과 민병대, 사람들을 유럽으로 안내하기 위해 돈을 받는 업자 등에 의해 발생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주민의 3분의 1가량은 여성이었는데, 이들은 성폭행과 성매매 등의 위협과도 직면해야 했다.

2020년 유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중해를 따라 이동하는 여성 이주민의 약 90%가 성폭행을 당했고 일부는 성매매를 강요받기도 했다.

여성 이주민들이 납치범과 결혼하도록 강요받거나 안전하게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성 상납을 해야 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사막에서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 스웨덴에 자리 잡은 한 에리트레아 난민은 “사하라 사막이 죽은 사람들의 뼈와 시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이주민은 “갈증이나 부상으로 쓰러진 사람은 그대로 길에 버리고 간다. 절대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계속 가는 거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주민들은 리비아, 알제리, 에티오피아를 가장 위험한 국가로 꼽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쥬디스 선덜랜드 부국장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그렇게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고,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이주 여정을 감행하는 사정을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NYT는 유럽 국가들이 이주민들을 막기 위해 일부 북아프리카 국가들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유럽의 지원을 받은 보안군들은 이주민을 무방비 상태로 사막으로 돌려보내 이들의 생명을 또 한 번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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