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면에 나이를 물어온다면?

이지효교수의 한국 사람 사는 이야기

한국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당당하게 나이를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이를 묻는 경우, “실례하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와 같이 정중하게 묻기도 하고, 또한, 상대방의 나이를 알게 된 후에는, 나이에 맞는 존댓말이나 반말을 사용하기도 하며, 만약 상대방의 나이를 모르는 경우에는, “저와 비슷해 보이시는데, 어떻게 되세요?”와 같이 조심스레 질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초면에서의 나이 질문 문화가 외국인에게는 낯설고 심지어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빈번하게 나이를묻는 이유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한국어의 존댓말과 반말이 있어서 나이를 통해 상대방과의 관계를 형식적으로 표현하는 존칭을 결정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또한, 같은 나이의 친구를 ‘동갑 친구’라고 부르며 더욱 친밀한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고, 한국 사회는 연공서열 사회인만큼 나이가 많은 사람이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렇듯 예로부터 한국인에게는 나이가 서로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준이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문화적인 특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구성원들은 나이 질문 문화를 기피하는 시대로 변모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난 상대가 내 나이에 대해 질문해오면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기분이 좋고 안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굳이 알아야 할 이유가 없는 내 나이에 대한 질문에 반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예기치 않게 나이에 대한 부담감을 줄 수도 있고, 연령차이가 큰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른 다양한 해프닝이 생기기도 하는데, 첫째, 나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요즘 현대인들은 장수하는 경우가 많아 본인이 나이 들고 있다는 사실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내면 깊이 깔려 있기 때문에, 가리고 싶은 부분을 상대가 물어오면 달갑지 않은 건 당연지사입니다. 

또한, 이성 간의 말실수에서 생각하지 못한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하지요? 상대가 실제 내 나이보다 더 높게 예상하며 나이를 물어올 경우 불쾌감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성 간의 말실수에서도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특히 초면일 때 서로 상대가 나이가 위라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상대가 먼저 나에게 윗 사람 존칭을 해올 경우 언쨚은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상대에 비해 내 나이가 낮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이외에도 많은 사례들이 있겠지만, 나이를 묻는 문화에서 누구나 겪고 있는 일들일 겁니다. 그렇다면, 왜 요즘의 한국은 나이 묻는 문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생긴 것일까요? 

지금의 한국인들은 한국의 앞선 IT기술 개발과 함께 핸드폰, 아이패드 등 IT기계에 익숙한 세대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PC 이용 시간은 약 5시간이고 이것은 평균 수면 시간인 7시간을 제외하고 활동 시간의 약 3분의 1은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것을 나타냅니다. 

또한, 스마트폰에서의 커뮤니티 플랫폼 이용자도 증가하다 보니 오프라인에서의 만남보다는 스마트폰의 카카오톡 같은 어플에서의 소통에 더욱 치중하게 되면서 가정 내에서의 소통도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해결하는 사례 또한 늘고 있습니다. 

‘함께’보다는 ‘혼자’가 편해지는 세상으로 바뀌면서 개인주의적인 성향도 많아지고, 나만의 세계에 타인이 깊게 들어오는 것도 불편해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고령자들의 충실한 건강관리와 외모관리로 ‘동안 외모’가 인기로 자리잡게 되면서 나이는 단순한 숫자일 뿐 우리들 삶에 중요하지 않은 화두로 변모되었습니다. 

즉, 나이는 더이상 중요한 화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제는 초연결사회에서의 의식과 라이프스타일의 트렌드가 바뀐겁니다.

이러한 현상들을 이해하면 나이문화에 따른 소통이 더욱 원활해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나이 파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와 상대, 즉, 인간과 인간 간에서의 우리는 어떠한 공감대가 있으며 어떻게 하면 함께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을까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지금 시대와 트렌드에 적합한 의식일 것입니다.

한국 외국어대학교 문화컨텐츠학 이지효 겸임교수

jihy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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