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면 무더위에 습도도 높아 많은 땀을 흘리게 되고, 땀으로 젖은 옷이 잘 마르지도 않습니다. 이럴 때 생각나는 제품이 데오드란트입니다.
땀 흘리는 양을 줄여주고 불쾌한 냄새도 잡아줄 것 같아 매일매일 꼼꼼히 바르는 분도 계실 텐데요. 여러분이 바른 그 제품, 데오드란트가 아니라 매일 바르면 안 되는 ‘약’일 수도 있습니다. 데오드란트의 역사와 함께 설명해 드릴게요.
땀 자체 아니라 땀냄새만 없애는 데오드란트
최초로 개발된 데오드란트는 겨드랑이에서 나는 땀 자체가 아니라 냄새를 없애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일반적인 땀샘인 ‘에크린샘’과 달리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같은 신체부위엔 ‘아포크린샘’이라는 특수한 땀샘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포크린샘에선 지방산이 함유된 땀이 분비되는데요, 피부 표면의 박테리아가 지방산을 분해하면서 불쾌한 땀냄새가 나게 됩니다.
미국에선 1888년 이 원리를 역이용해 땀냄새를 없애는 최초의 데오드란트 ‘멈(Mum)’이 출시됐습니다.
징크옥사이드를 이용해 냄새의 원인인 박테리아를 죽이고, 향료를 첨가해 좋은 향기를 냈습니다.
이후 출시된 제품들은 트리클로산 등 항균성 물질을 추가하긴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데오드란트에는 땀 분비 자체를 억제하는 기능은 없습니다.
땀을 흘리지 않게 하는 제품은 ‘다한증 치료제’로 1903년 미국에서 처음 시장에 나왔습니다.
핵심 성분은 염화알루미늄수화물인데요, 이 성분이 앞서 설명한 에크린샘, 아포크린샘 같은 땀샘 위에 막을 형성해 땀 배출을 억제하는 원리입니다.
주로 겨드랑이에 사용하는 데오드란트와 달리, 손이나 발 등 땀이 많이 나는 곳이면 어디에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광고 문구 하나에 데오드란트 돌풍
지금은 미국인의 90%가 데오드란트를 이용한다고 하지만, 출시되자마자 인기를 끈 건 아니었습니다.
땀냄새가 불쾌하긴 하지만 굳이 없애야 할 필요까진 느끼지 못한 것이죠. 피부 발진 같은 부작용, 제품으로 인해 옷감 손상 등 불편한 점도 많았습니다.
터닝포인트가 된 건 1920년 출시된 광고 문구였습니다.
해당 지면 광고에선 한 여성이 “인생에서 가장 수치스러웠던 순간은 내가 남자에게 인기가 없던 이유를 우연히 알게 됐을 때다”라고 언급합니다.
겨드랑이 땀냄새 때문에 이성에게 외면받았다는 것이죠. 이때를 기점으로 미국에서 데오드란트 시장이 성장합니다.
옛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1942년에서 1957년 사이 데오드란트 시장이 600배 증가하며 매출 규모가 7,000만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데오드란트에 알루미늄 성분을 추가해 발한 억제 기능을 넣은 제품도 출시됩니다. 현재 한국에서 팔리는 데오드란트 제품도 대부분 알루미늄 성분이 함유돼 어느 정도 땀 분비를 줄여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한증 치료제, 매일 바르면 홍반·발진 부작용 우려
데오드란트가 상대적으로 생소했던 한국에서도 최근 이용자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중에 땀 나는 걸 막아준다고 선전하는 제품이 모두 데오드란트는 아닙니다.
앞서 데오드란트와 구분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그 ‘약’일 수도 있습니다. 바로 다한증 치료제입니다.
다한증 치료제는 사용법도 차이가 있습니다. 데오드란트는 물기나 땀이 없는 건조한 피부에 바르면 됩니다. 반면 다한증 치료제는 좀 더 복잡합니다.
자기 전 샤워하고 물기를 꼼꼼히 닦은 겨드랑이에 바른 뒤, 다음 날 아침 약을 바른 부위를 씻어내야 합니다. 피부에 남은 알루미늄 성분이 옷과 닿으면 변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한증 치료제는 매일 바르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제조사들은 매일 사용하다가 땀 분비량이 줄어드는 것 같으면 주 1, 2회 정도로 사용 횟수를 줄이라고 권고합니다.
땀 분비가 줄어들었는데도 계속 사용할 경우 통증, 가려움증, 홍반, 발진 및 화끈거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