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기자회견서 밝혀…”변화 위한 작업 즉각 시작”
영국 총선에서 14년 만의 정권 교체에 성공한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가 6일(현지시간) 전 정부가 ‘간판 정책’으로 추진한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하루 만인 이날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르완다 계획은 시작하기도 전에 완전히 끝났다(dead and buried)”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이주민 유입) 제지 효과가 없는 속임수(gimmicks)를 계속 진행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르완다 정책’은 불법 이주민 급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수당의 리시 수낵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한 정책이다.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해협을 건너오는 망명 신청자를 영국에서 머무르게 하지 않고 르완다로 보내자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인권침해와 국제법 충돌 문제로 내내 논란이 이어졌다.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은 앞선 총선 유세 기간에도 르완다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스타머 총리는 수낵 정부의 르완다 정책이 불법 이주민 방지는 물론 예산 투입 측면에서도 효과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신 국경안보본부를 신설, 국경을 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올 상반기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에 유입된 이주민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에 스타머 총리가 당장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불분명하다고 AP 통신은 짚었다.
보수당은 즉각 비판했다.
보수당의 대표적 강경파인 수엘라 브레이버먼은 “제대로 이행됐다면 작동했을 계획에 (이미) 수년간의 노력과 의회 법안, 수백만 파운드가 지출됐다”며 “키어 스타머에 의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레이버먼은 수낵 전 총리를 대신할 보수당 차기 대표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다.
한편, 이날 첫 내각 회의를 주재한 스타머 총리는 7일 잉글랜드와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 영국 4개 구성국을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
8일에는 미국 워싱턴DC로 출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정상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새 의회 공식 개원식과 국왕의 국정연설(킹스 스피치·King’s Speech)은 오는 17일 진행된다.
국왕의 연설은 정부가 작성하는 것으로, 이번 연설로 스타머 정부의 주요 정책 청사진과 입법 계획이 처음 공개된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나라를 바꾸는 것은 스위치를 누르듯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변화를 위한 작업은 즉각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