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선택, 정치지형 급변…출구조사서 “노동당 410석, 집권 보수당 131석”
‘무능한 보수’ 심판론에 보수당 창당 190년만 최악…노동당, ‘중도화 전략’ 통했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조기 총선에서 제1야당 노동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해 압승을 거두고 집권 보수당은 참패한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예상됐다.

이에 따라 14년 만의 정권교체가 현실화, 영국 정치 지형의 급변이 이뤄지게 됐다. 제1야당 당수였던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정부 수반인 차기 총리에 오르게 됐다.

경제 둔화와 고물가, 공공부문 실패 등으로 분노한 민심이 ‘변화’를 선택했고 지난 2019년 총선 참패 후 지지층 확대를 위해 중도 확장을 추진한 노동당의 노선 변경도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BBC와 ITV, 스카이 뉴스 등 방송 3사가 이날 오후 10시 투표 마감 직후 발표한 공동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이 하원 650석 중 410석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노동당이 다른 당 의석수를 합한 것보다 170석 많은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는 노동당이 압승을 거둬 정권을 교체했던 1997년 총선 당시 의석수보다는 약간 적은 것이다. 당시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은 418석을 얻었다.

스타머 대표는 5일 새벽 승리를 선언하며 “유권자들은 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도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을 위해 캠페인을 벌인 모든 분께, 우리에게 투표하고 변화된 노동당을 신뢰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리시 수낵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131석으로 참패해 정권을 내줄 것으로 예상됐다.

이대로면 1834년 창당 이후 19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 된다. 보수당의 역대 최소 의석은 1906년의 156석(670석 중 23%)이었다. 

지난 2019년 총선에서는 보수당이 365석으로 과반 승리했고 노동당이 203석으로 패했다.

수낵 총리는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고 급등했던 물가가 다소 안정되자 지난 5월 22일 조기 총선을 깜짝 발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고물가, 공공부문 실패, 이민 급증 등 사회적 위기 속에서도 당내 분열과 정책 실패로 연속 총리가 교체되면서 악화할 대로 악화한 민심은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차기 총리는 ‘실용주의’ 스타머…극우 영국개혁당 두자릿수 원내 진입 약진

인권변호사, 왕립검찰청장 출신 스타머 대표는 “변화가 필요할 때”라며 정권 심판론을 펼쳤다.

또한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부의 창출, 흔들림 없는 국가 안보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중도화 전략을 쓰면서 지지층을 넓혔다.

선거 운동 기간 6주간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이 줄곧 보수당에 지지율 2배 격차로 앞섰다.

로이터 통신은 선거 결과에 대해 “스타머에 대한 열의가 엄청나지는 않지만, 변화가 필요한 때라는 그의 간단명료한 메시지가 유권자들에게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스타머는 5일 총선 공식 결과가 발표되는 대로 보수당 리시 수낵 총리가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사의를 표명한 직후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로부터 정부 구성 요청을 받는 절차를 통해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그는 이날 오후 총리에 취임하는 대로 내각 구성 작업 등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은 압도적 여론의 지지를 발판으로 집권세력이 됐지만 변화를 바라는 민심의 요구에 부응하며 대내외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통상 예비내각이 실제 내각으로 이어지는 만큼 스타머 첫 내각에선 앤젤라 레이너 부대표가 부총리가 되고 예비내각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가 영국의 첫 여성 재무장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베트 쿠퍼가 내무장관, 데이비드 래미가 외무장관이 될 수 있다. 다만, 래미의 경우 평의원 시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격했던 그의 전력을 들어 예비내각에서 실제 내각으로 그대로 이어질지에 대해 

일간 더타임스는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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