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고용 5개월래 최저

전국 고용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민간 고용은 계속 줄고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실업수당 청구는 증가세다. 임금 상승률도 둔화하고 있다.

뜨거운 고용시장은 한 때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까지 여겨졌지만 고용은 미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핵심 부문이다. 고용시장이 악화될 경우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연준의 고금리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자칫 물가를 잡으려다 경제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6월 민간기업 고용이 전월 대비 15만명 증가했다고 3일 밝혔다.

6월 증가 폭은 지난 1월(11만1,000명)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작았으며,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6만명)도 밑돌았다.

그나마 여가·접객업에서 고용이 6만3,000명 증가해 모든 업종 중 증가 폭이 가장 컸지만 이는 여름 방학을 맞아 여행객이 늘면서 호텔 등이 고용을 일시적으로 늘린 측면이 강하다.

임금 상승도 3년래 최저

임금 상승률도 전년 대비 4.9%로 2021년 8월 이후 가장 낮았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증가는 견고했지만 광범위하게 나타나진 않았다”며 “여가·접객업의 고용 반등이 없었더라면 6월 고용증가는 더욱 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DP 민간 기업 고용지표는 민간정보업체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한 조사 결과로 연방정부가 집계한 공식 고용지표와는 차이가 있지만 두 통계가 유사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연방 노동부의 공식 6월 고용보고서는 오는 5일 발표된다.

다우존스 집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노동부 발표 고용보고서에서 6월 비농업 일자리가 20만명 늘어 5월(27만2,000명) 대비 증가 폭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업수당 9주 연속 상승

이같은 상황에서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연방 노동부는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월 16∼22일 주간 185만8,000건으로 직전 주보다 2만6,000건 늘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2021년 11월 7∼13일 주간(197만4,000건) 이후 약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는 지난 4월 14∼20일 주간 이후 9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대규모 인원 감축과 함께 대형 소매업체들도 매장을 줄이면서 인력을 줄이고 있다.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매 감소도 경기침체의 징조로 보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의 증가는 실업 후 새 일자리를 바로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 노동시장 과열이 해소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주(6월 23∼2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8,000건으로 한 주 전보다 4,000건 증가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3만3,000건)를 웃돌았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는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인플레이션 둔화세 지속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물가 잡다 경제 망칠라”

그러나 고용시장이 냉각되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오는 9월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내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절반 이하로 봤지만 경제 상항이 악화될 경우 9월에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11월 5일 대선은 변수다. 연준이 정치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대선 이후인 11월 7일이나 12월 18일 단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주 한국일보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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