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와 물가·국채금리 상승…은행·생명보험·에너지주 수혜 전망
오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더 커지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 하차 여부가 시선을 끌면서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할 경우 영향을 받을 달러, 국채 및 기타 자산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 보도했다.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은 지난달 27일 열린 첫 TV 토론 이후 81세인 바이든 후보가 설사 재선되더라도 임기를 다 채우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우려가 커진 뒤 시작됐다.
이런 평가 이후 파장은 채권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금리)은 이후 수일간 약 20bp(1bp=0.01%포인트)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바이든이 후보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을 50% 미만으로 보고 있을 정도로 중도 사퇴 가능성이 확산하고 있다.
덩달아 투자자들은 어쩌면 이번 주에라도 바이든의 사퇴 발표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서둘러 비상 계획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1968년 린든 존슨 이후로 재선에 도전하지 않은 대통령은 없으며, 선거도 불과 4개월 남은 상황이기도 하다.
전략가들과 트레이더들은 트럼프가 재선되면 재정정책 완화와 보호주의 강화로 혜택을 볼 거래가 활발할 것이라는 쪽에 공감하고 있다.
즉, 달러 강세와 국채 수익률 상승, 그리고 규제 완화에 따른 은행과 생명보험, 에너지 관련주의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달러의 경우 승부 추가 트럼프로 점차 옮겨가자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는 등 신호가 가장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JP모건 전략가들은 “트럼프가 더 높은 관세와 더욱 강경한 이민정책을 약속한 만큼, 인플레이션 심화와 달러 강세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큰 통화에는 멕시코 페소와 중국 위안이 포함됐다.
또 국채 수익률과 관련해, TV토론 이후 자금운용사들은 단기 채권을 매수하고 장기 채권을 매도하는, 이른바 스티프너 트레이드(Steepener trade)로 대응했다.
트럼프가 대선서 승리할 경우 이전 집권 때처럼 세금은 줄이고 재정지출은 늘리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면서, 단기 채권에 비해 장기 채권의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셈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모건스탠리와 바클리(Barclays)를 포함한 많은 월가 전략가는 고객들에게 트럼프의 2기 임기에는 지속되는 인플레이션과 더 높은 장기 국채 수익률에 대비하라고 촉구했다.
아시아 시장도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하고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인베스코 에셋 매니지먼트 저팬의 글로벌시장 전략가 기노시타 토모는 “트럼프의 재선은 중국 주식에 부정적”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노출이 많은 일본 주식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가상화폐의 경우 트럼프는 최근 몇 주 동안 업계 임원들과 만나 미래의 모든 비트코인 채굴이 미국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이 산업에 대한 지지를 보인 바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는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선거와 관련한 거래로 돈을 벌기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WSJ은 예전에는 어느 후보가 이길지 생각만 하면 됐는데, 이제 여론조사를 신뢰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예상 밖 압승 등의 변수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최근 총선을 치른 인도와 멕시코의 투자자들, 프랑스는 물론 대선을 앞둔 미국의 투자자들이 선거와 관련해 큰 변동을 겪었고, 베팅이 잘못됐을 때는 큰 손실을 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