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입증 못하면 하차 직면…
대선 첫 TV 토론에서 ‘고령 리스크’를 드러내면서 대선 후보 교체론에 직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 요구 파문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대통령직 수행에 적합한 건강한 상태임을 입증할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핵심 측근에게 ‘수일 내 여론 동향에 따라 후보직을 포기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보도와 맞물려 바이든 대통령이 정면 돌파를 통한 완주 의지에도 불구, 현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익명을 전제로 내부 대화를 설명한 소식통 2명을 인용,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고위 팀은 이번 주 민주당 사방에서 청취한 ‘암울한 최후통첩'(grim ultimatum)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며 “신속히 직무 적합성을 입증하지 않으면 강제로 사퇴시키기 위한 중대한 시도에 직면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몇몇 고문들을 포함, 의회와 고액 기부자, 민주당의 고위 전략가들의 우려가 커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측근들과 연락해 자신이 힘든 순간을 겪고 있으며 유권자들에게 대통령직 수행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시인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가 TV 토론 직후 발생한 패닉 상태에 직접 수습에 나서지 않은, 상대적인 무대응에 충격을 받아왔다고 WP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지도자와 전화 통화를 시작하고 ABC 방송과의 좌담 인터뷰 일정을 잡고, 주말 유세 일정을 발표한 건 전날 오후부터였다.
민주당 고위 전략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주 일정을 흠잡을 데 없이 수행하더라도 공개 여론조사나 내부 여론조사에서 심각한 균열이 나타나면 그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재앙적이었던 지난주 TV 토론 이후 한 핵심 측근에게 ‘향후 며칠 안에 대통령직에 나설 수 있음을 대중들에게 납득시킬 수 없다면 대선 후보직을 구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백악관은 “완전한 거짓”이라며 NYT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WP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TV 토론 다음 날 노스캐롤라이나 유세 이후 4차례 공개 행사에 나섰고 총 22분간 연설했지만, 모두 텔레프롬프터(연설 원고가 자막처럼 이어지는 기계)를 활용했다.
TV 토론 후폭풍에 대한 초기 대응도 거의 전적으로 백악관 직원들에 의해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적 전화 통화나 화상 회의, 다른 발표 등도 대부분 대선 캠페인의 다른 측면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질문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고, 주어졌더라도 사전에 걸러진 질문만 받았다. 캠프의 고위 책임자들은 직원과 기부자, 지지자들에게 진정하고 업무에 매진할 것을 요청하는 메모와 이메일을 보냈다.
바이든 캠프와 백악관은 독립기념일(4일) 휴일 이후 이어지는 행사들이 유권자나 당 내부 인사들을 안심시키길 바라고 있다. 또한 민주당 고위 당직자 중에서는 아무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숀 카스텐(일리노이) 하원의원은 WP에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어떤 게 더 큰 문제인지 사적으로 매우 솔직하게 말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려면 백악관에서 보내주는 여론조사 이메일보다 더 많은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인 제임스 클라이번(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도 “대통령이 유권자 및 언론과 함께 일련의 타운홀 형식의 만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유권자의 궁금증에 대해 필터(프롬프터)를 통해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유권자의 질문에 필터링 없이 답변하고 언론이 이를 보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경험이 많은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근본적인 핵심은 한 번의 토론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갖고 있던 확신이 이제 사라졌다는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모금 행사나 유세에서 4분 연설을 2차례 하고 프롬프터를 읽는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P는 아울러 고액 기부자 커뮤니티가 압도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돌아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에는 여러 고액 기부자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최고위 지도자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 상황이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새로운 대선 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펠로시와 슈머 측 대변인은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