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밤샘 필버…”탄핵 교두보” “위헌? 공부 좀 해”(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시작하고 있다. 2024.7.3

첫 타자 유상범 4시간 18분 토론…이어 박주민 46분 찬성토론

與 ‘대장동’ 언급에 민주 “사과하라” 고성…與 밤샘 연좌농성도

국민의힘은 3일(이하 한국시간)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39분께 첫 주자로 연단에 올라 필리버스터의 스타트를 끊었다.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라고 비판하며 발언을 시작한 유 의원은 이후 7시 57분까지 4시간 18분간 단상을 지키며 토론을 이어갔다.

유 의원은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특검법 추진 절차와 여당이 제외된 특검 후보자 추천 규정 등 ‘독소조항’을 거론하면서, 야당이 주장하는 ‘수사외압’은 법률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정치적 선동이라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민주당이 셀프 추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여야 합의가 불발된 ‘BBK 특검’도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가 수용 의사를 밝혀 사실상 합의로 추진됐다”며 “여야 합의의 전례를 배제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수사 결과를 내도록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또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에 따라 군대 내 사망사건에 대한 군사경찰의 수사권이 이미 배제돼 있다는 점을 지적, “수사 외압·방해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정치적 선동을 위해 국민의 눈을 가리는 것”이라며 “기초 조사부터 현재 수사 단계까지 외압이나 방해라고 볼 만한 실력행사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채상병 영결식에 민주당 의원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민주당은 수사외압 의혹이 언급되자 태도를 바꿔 젊은 군인의 고귀한 순직을 선동의 제물로 오염시켰다”라고도 비판했다.

발언 중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자, 유 의원은 “서영교 의원이 부끄러워하라. 공부 좀 하라 공부 좀”이라고 맞받았다.

유 의원의 반대토론이 4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착석한 채로 조는 모습도 포착됐다.

유 의원은 이날 자신의 발언이 길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성인용 기저귀까지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 다음으로 단상에 선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46분간 특검법안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은) 공수처 수사 중에 특검법을 통과시키려는 것 자체가 정쟁에 목적이 있다고 하는데, 공수처는 작은 기관이기 때문에 수사 의지가 있어도 수사 자체가 원활하지는 않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가 직접 인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에서 문제 삼는 ‘여당의 특검 추천권 배제’, ‘수시 언론 브리핑 조항’ 등에 대해서는 ‘최순실 특검법’을 소환해 반박했다. 해당 특검은 윤 대통령이 수사팀으로 참여했다.

박 의원은 “최순실 특검 때 여당의 특검 후보 추천 권한이 없었다”면서 “그러자 최순실 씨가 위헌이 아니냐며 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했고, 그 당시에 헌재는 ‘문제가 없다’고 이미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이런 건 좀 공부를 해주셔야 한다. 그래야 틀린 말씀을 안 한다”고 꼬집었고, 민주당 의원들은 “맞아요”라며 큰소리로 호응했다.

‘수시 언론 브리핑’ 조항에 관해서도 “최순실 특검 때부터 똑같이 들어간 조항인데 지금까지 한 번도 국민의힘에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면서 해당 수사팀 브리핑 장면을 담은 사진 패널을 꺼내 “윤 대통령이 특검팀에 속해있을 때 브리핑에 같이 배석한 모습이다. 이때 윤 대통령조차도 아무 문제 제기 안 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준비하며 650여명의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며 약 20분에 걸쳐 일부 메시지를 낭독했다.

국민의힘 두 번째 주자로는 대통령실 출신의 초선 주진우 의원이 나섰다.

주 의원은 자신이 “곧 자녀를 군에 보내야 할 부모”라며 “박정훈 수사단장의 수사, 조치에 문제없었는지 군에 자녀를 보낼 부모 입장에서 따져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군은 폐쇄적 조직이라서 인권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수사 과정에서 적법절차가 보장되는 게 검찰, 경찰에 비해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야당이 만들어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그동안 대통령실이나 정부는 ‘수사 가이드’ 논란이 제기될까 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 언급 삼가왔다”면서 “그러다 보니까 국민께서 ‘박 단장은 수사를 무조건 잘했다’는 민주당의 프레임에 갇혀서, 이 사안을 그쪽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며 “반대쪽 시각도 함께 살펴봐 달라”고 호소했다.

주 의원은 “애국심과 공명심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박 단장이) 선의로 애국심 발휘했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규정을 착각하거나, 균형감각을 잃어서 적법절차를 어긴다고 하면 그 수사는 국가 수사기관의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이 토론 중에 ‘대장동 비리 수사’와 민주당 인사들의 ‘입건 조사’를 가정해 언급하자 민주당 측에서는 즉각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연단 앞으로 나와 항의하며 주호영 국회부의장과도 언성을 높였다.

이후 국민의힘에서는 당권주자 나경원 의원, 송석준 의원, 곽규택 의원 등이 반대토론에 나설 예정이다.

찬성토론에는 민주당 박 의원 이후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민주당 서영교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진보당 윤종오 의원 등이 나설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와 함께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밤샘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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