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위기 앞에 정치적 계산 내려놔…WP “존슨 사례서 교훈 얻어야”

미국 민주당 현역 의원이 처음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과거 대선 레이스를 중도사퇴했던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 15선 하원의원인 로이드 도겟 의원(텍사스)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36대 대통령인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사례를 거론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63년 11월부터 1969년 1월까지 재임한 존슨 전 대통령은 당초 1968년 미 대선에서 3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는 존 F. 케네디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다가 케네디가 암살되면서 처음 대통령직을 맡았고 1964년 대선에서는 미국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했다.

그러나 1968년 1월 30일 베트남에서 미군과 대치해 온 북베트남군과 베트남민족해방전선(베트콩)이 이른바 ‘구정 공세’에 나서고 사이공의 미국 대사관이 일시 점령되는 모습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반전 여론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존슨 행정부는 베트남 파병 병력을 70만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고, 이러한 사실이 같은 해 3월 10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존슨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틀 뒤 뉴햄프셔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는 유일한 대권 경쟁자로 꼽히던 유진 매카시 당시 상원의원이 42%를 득표하면서 존슨 대통령을 8%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했다.

그 이튿날엔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이 불출마 입장을 뒤집을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고, 그날 오후부턴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베트남 전쟁으로 막대한 재정적자를 본 상황에서 전황이 악화하자 미국의 금 태환 능력에 대한 의심이 고개를 들면서 미 정부에 예치돼 있던 금을 앞다퉈 인출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달러화를 평가절하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전 세계적 침체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고, 결국 존슨은 ‘결단의 순간’에 직면했다.

당시 미국 상황을 다룬 책을 펴낸 역사가 케빈 보일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실은 기고문에서 “(존슨) 행정부는 본질적 변화 없이는 또다시 공황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존슨은 이러한 실존적 위기에 맞서 더는 정치적 계산을 따질 수 없었다. 12일 뒤 그는 경선에서 물러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보일은 후보 사퇴 후 존슨 전 대통령은 각계의 찬사 속에 지지율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도 사퇴를 ‘패배’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관련 사설을 통해 존슨 전 대통령을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상원의원과 부통령을 역임하며 평생을 정치인으로 살아오며 치열한 경쟁을 해왔던 인물로 소개하면서 대권가도를 중도에 포기한다는 선택은 쉬운 것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 매체는 최근 발간된 역사학자 도리스 컨스 굿윈의 저서 역시 존슨을 ‘자신의 야망보다 국가를 우선순위에 두는 대단한 결정을 한 인물’로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WP는 바이든 대통령과 그 지지층도 당시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처럼 국가를 위해 개인의 야망을 제쳐두는 선택을 한다면 여전히 찬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도 사퇴하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1968년에는 사퇴 당시가 오히려 가장 단합된 순간이었다고도 언급했다.

다만 존슨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사퇴한 뒤 민주당은 케네디 전 장관이 암살되는 등의 혼란상을 겪으면서 회복됐던 지지율이 다시 고꾸라졌고, 결국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대선에 승리해 제3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WP는 1968년 대선에선 정치 지형이 거듭 흔들려 공화당이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지만 지금은 당시와 사정이 다르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그런 혼란 없이 존슨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아 성공적인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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