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 ‘업플레이션’…제품 살짝 바꾸고 가격 올린다
미국에서 소비재 업체들이 판매 감소에 대응해서 전신 탈취제(데오도란트), 사타구니 면도기와 같이 특색을 조금 더한 제품을 개발해서 수요를 만들고 가격을 올리는 ‘업플레이션’ 전략을 도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프록터앤드갬블(P&G), 유니레버 등 소비재 업체들이 미국에서 출시한 신제품 전신 탈취제 등을 ‘업플레이션’ 사례로 소개했다.
업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이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제품에 새로운 용도를 만들어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다.
P&G가 내놓은 전신 탈취제 가격은 14달러(약 1만9천500원)로, 주로 겨드랑이에 쓰는 기존 탈취제의 두 배이다.
P&G는 이 제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질레트의 사타구니 전용 면도기는 15달러로, 일반 여성용 면도기보다 5달러 비싸다.
회사들은 수요를 반영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하지만, 일부에선 실제 새로운 제품이라기보단 마케팅일 뿐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P&G 측은 체취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4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겨드랑이 외에 사타구니, 가슴과 발도 언급됐다고 밝혔다.
P&G는 “하루 3회 샤워를 하거나 12가지 제품을 겹쳐서 바르는 등 극단적인 방법까지 쓴 고객들과도 얘기를 나눈 끝에 전신용 탈취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테네시주 내슈빌의 피부과 의사인 알레타 시몬스는 “대부분 경우엔 전신 탈취제가 필요하지 않고, 냄새가 나는 증상이 심각할 땐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움직임에 관해 1천억달러 규모의 개인 위생 관리 시장에서 매출을 회복하려고 소비재 업체들이 다소 어색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업체 시르카나에 따르면 지난해 면도날과 탈취제 판매는 2019년 대비 각각 20%와 6.5% 감소했다.
물가 상승과 코로나19 등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업체들이 용량을 줄여서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내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사용했지만, 소비자들은 아마존 자체브랜드(PB) 상품과 같이 저렴한 제품을 찾거나 아예 구매하지 않았다.
대신 소셜미디어에서는 오래된 물건을 이웃에게 나눠주는 지역 그룹이 급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비재 업체들이 이 외에도 다양한 여건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화학물질이 많이 들어간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하자 P&G는 올해 초 성분을 9가지로 줄인 비듬 방지 샴푸를 내놨다.
P&G는 이 제품의 용기를 얇게 설계해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였다. 가격은 12달러로 기존 제품의 약 두 배로 매겼다.
식품 업체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들은 돈을 아끼려면 저녁 식사로 시리얼을 먹으라고 권하거나, 배달 야식 시장에 맞는 메뉴를 개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업플레이션’은 미국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영국에 본사가 있는 유니레버는 올해 도브 브랜드에서 전신용 탈취제를 미국에서만 내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