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의장막에 둘러싸여 고립된 바이든
“복잡한 역사적 상황·구조적 결함, 이념·세대 균열, 고령의 대통령”
차기 지도자층 탄탄해도…”2022년 선거 승리 후 ‘바이든은 할 수 있어’ 분위기”
민주당이 대선을 4개월 남짓 남긴 상황에서 최대 위기에 놓였다.
오는 8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재선 도전을 위한 공식 후보 지명만 남긴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첫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자신의 ‘고령 리스크’를 한껏 부각하며 자멸한 탓이다.
당 안팎의 거센 ‘후보 교체론’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대선 레이스 완주를 선언하며 버티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선뿐 아니라 의회 및 주지사 선거에서도 참패할까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민주당이 세대교체에 실패하고 81세로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낙점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지난달 27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TV 토론 후 질 바이든 여사가 무대에 올라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퇴장할 때 클레어 맥카스킬(미주리) 전 민주당 상원의원은 MSNBC 방송에 “어렵고 가슴 아픈 질문”을 하겠다면서 “어쩌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나”라고 반문했다.
NYT는 “맥카스킬의 질문에 대한 답은 복잡하게 얽힌 역사적 상황과 구조적 결함, 이념과 세대 간 균열로 어려움을 겪는 당, 평생을 대통령직을 위해 싸워온 고령의 대통령”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열망을 부추기는 오랜 측근과 가족이라는 단단한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 지도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물러날 것을 설득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안주하며 침묵하거나 줄을 서도록 압박을 받은 점이나 당무에 개입해 조용히 ‘플랜B’를 준비할 지도자가 없었던 점 등도 문제라고 NYT는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바이든에게 은퇴를 압박하거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던 인사들은 백악관 이후 각자의 삶을 살았고, 바이든 측근 그룹 밖에서 활동하면서 바이든과 민감한 대화를 나눌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석 전략가인 데이비드 엑설로드나 1992년 클린턴 전 대통령 당선을 도운 제임스 카빌 등 바이든 대통령의 잠재적 약점에 대해 경종을 울리려 한 사람들은 엑스(X·옛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당원들의 비난 세례를 받았고 바이든의 고위 측근들로부터 충성스럽지 않다고 성토당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내민 대권 후보들 역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당의 반발 위협에 직면하자 물러났다.
NYT는 “이는 역사의 무게를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며 “현직 대통령에 대한 도전은 거의 성공하지 못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원 사이에서, 중요한 표밭인 흑인 유권자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고 해석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미래지향적 정당으로 자리매김해온 민주당에 가장 탄탄한 차기 지도자층이 있다는 점에서 현 상황은 더욱 놀랍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앤디 베셔 켄터키 주지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크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이다.
NYT는 이들이 더는 차기 대권 주자로 약진하지 못한 배경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2000년 대선 승리와 대통령으로서 재임 기간 정책적 승리,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놀라울 정도의 강세를 보인 점을 꼽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 당시 수석 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플루프는 “우리는 3차례 연속으로 좋은 선거를 치렀다. ‘이대로 가자’는 분위기였다”며 “2022년 선거가 비참하게 끝났다면 그(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전자가 있었겠지만, 그해 선거 결과로 인해 ‘바이든은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