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 해리스 vs 백인 후보 구도 ‘시한폭탄’…전당대회 혼란 전망도
민주당, 진퇴양란, 최악의 상황
대선 토론회 이후 확산 중인 ‘조 바이든 교체론’이 현실화하더라도 미국 민주당의 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자리에서 자진 사퇴하는 용단을 내리더라도 민주당 입장에선 더 큰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CNN은 30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을 완주하는 것 못지않게 후보를 교체하는 시나리오도 위험하다는 민주당 내 여론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를 사퇴할 경우 가장 폭발력이 큰 사안은 누가 후보 자리를 물려받느냐다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직을 승계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새얼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경합주 승리를 위해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대체 후보로 거론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젊고 활기찬 이미지를 지닌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다.
새얼굴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4년간 해리스 부통령이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지도자로서의 능력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CNN은 만약 이들이 미국의 첫 여성 흑인 부통령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해리스를 제치고 후보 자리에 오른다면 민주당이 내분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 대행을 역임한 흑인 여성 정치인 도나 브러질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어떻게 해리스 부통령에 앞서 백인 정치인들을 후보로 거론할 수 있느냐”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실제로 후보로 거론되는 다른 정치인 진영에서도 민주당이 해리스 부통령 대신 다른 백인 정치인을 교체 후보로 내세울 경우 전통적 지지층인 흑인과 여성 표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분석에 일부 동의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오는 8월 19일 시카고에서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가 되기 위해선 대의원 투표의 과반을 획득해야 한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대의원과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대의원들의 표대결에서 과반을 획득하는 승자가 나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미국 전역으로 생중계되는 전당대회에서 뚜렷한 승자 없이 투표가 반복되는 지루한 장면이 이어지는 것은 전체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 투표 과정에서 각 후보 진영간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장내 갈등 장면이 연출된다면 ‘트럼프 시대의 혼란’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까지 등을 돌리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표대결 속에서 후보간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대중이 원하는 후보가 아닌,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시나리오다. 실제 대선 승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대중은 향후 벌어질 파괴적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는) 역대급 폭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