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토론 후폭풍 진화하려 이례적 ‘패션 정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조언자로 꼽히는 질 바이든 여사가 일파만파 번지는 ‘바이든 교체론’을 진화하는 데 ‘총대’를 메고 나섰다.
그간 공식 석상에서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의상을 즐겨 입지는 않았던 바이든 여사는 TV 토론 직후 이례적으로 ‘VOTE'(투표하라)라는 글자가 도배된 원피스를 입고 유세장에 나타나 ‘패션 정치’까지 선보였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TV 토론에 대한 혹평이 쏟아진 28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진행된 유세 현장에 ‘VOTE’라는 문구가 도배된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전날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이 다시 불붙으며 후보 교체론이 번지는 상황에서 바이든 여사의 이날 의상은 확고한 완주 의지를 드러내고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풀이됐다.
바이든 여사는 그동안 주로 자신이 전략적 메시지가 담긴 의상보다는 자신이 평소 즐겨 입는 브랜드의 옷을 입는 등 영부인들이 주로 하는 ‘패션 외교’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이목을 끄는 의상을 입고 나타난 것은 그 자체로 강력한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고 NYT는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유세에서 “나는 예전처럼 토론을 잘 하진 않지만, 대통령 일을 하는 법은 안다”며 토론에서 자신의 부진했던 모습을 인정하면서도 대선 후보에서 물러날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TV 토론 현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말 잘 했다”며 격려했던 질 바이든 여사도 이날 맨해튼에서 열린 기금 행사 연설에서 “지금 모두 어젯밤 토론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걸 안다”며 먼저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 성과에 대해 말을 꺼냈다.
바이든 여사는 “조가 오늘 말했듯이, 그는 이제 젊은이가 아니다”라며 “어제 토론 이후 그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겠다.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에게 ‘우리는 90분의 토론이 당신이 대통령직을 수행한 4년을 규정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며 “내 남편이 아는 것은 진실을 말하는 법이고, 그는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WP는 이날 연설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자격에 대한 영부인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명확한 답변이었다고 평했다.
한편 바이든 부부의 확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을 후보에서 교체해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WP는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군’ 역할을 해 온 MSNBC 아침 방송 ‘모닝 조’의 진행자 조 스카버러를 비롯해 진보 언론인 NYT의 칼럼니스트이자 바이든 대통령과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토머스 프리드먼도 TV 토론 이후 그가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