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에도 내수 둔화가 계속되면서 지난달 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감소했다. 이들 세 지표가 동시에 줄어든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으로 1분기 ‘깜짝 성장’ 이후 커졌던 경기 회복 기대감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아직 물가가 높고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내수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통화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0.7% 하락한 113.1을 기록했다. 전산업생산은 3월에 2.3% 감소한 뒤 4월에 1.2% 증가했다가 다시 고꾸라졌다. 5월 반도체 생산이 1.8% 늘었지만 기계 장비(-4.4%)와 자동차(-3.1%) 등에서 생산이 부진했다. 광공업 생산 역시 -1.2%를 기록했다.
소비도 나빴다.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한 달 새 0.2% 감소하며 두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서비스 부문 소비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은 0.5% 줄었다. 설비투자도 전달보다 4.1%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건설투자를 나타내는 건설기성 역시 전달보다 4.6% 쪼그라들었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6포인트 하락한 98.8로 나타났다. 낙폭으로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5월(-1포인트) 이후로 가장 크다.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내린 100.5를 기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저 효과를 고려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에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며 “수출이 좋아 성장률은 뒤로 갈수록 나아지겠지만 고금리에 내수 침체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