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인공지능(AI)을 포함한 핵심 과학기술 확보를 위한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앞서 올해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샀던 정부는 1년 만에 적극 투자 기조로 선회하며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내년도 R&D 재원 배분 결과 브리핑을 열고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통과한 2025년도 주요 R&D 예산은 24조 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이는 국가 R&D 예산이 대폭 삭감됐던 올해 21조 9000억 원보다 13.2% 늘어난 것이자 삭감 전 역대 최대인 지난해의 24조 7000억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내년 정부 총예산 증가율이 4% 선으로 예측되는 것을 감안하면 재정 여력이 정말 없는데도 큰 폭으로 증액한 것”이라며 “(기획재정부의 ‘일반 R&D’를 합친) 내년도 정부 R&D 총규모는 이전까지 최대였던 지난해의 29조 3000억 원을 넘어 30조 원에 육박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월 100만 원 안팎을 주는 ‘한국형 스타이펜드’ 사업 등을 반영한 일반 R&D 예산안을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AI와 우주 분야 R&D에 각각 처음으로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등 국가전략기술 확보와 글로벌 공동 연구 확대 등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박 수석은 “기술 패권 경쟁이 나날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 R&D 예산의 대폭 증액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증액에 따른 내실 있는 사업 집행 준비와 R&D 개혁 작업을 계속해서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삭감됐던 R&D 예산이 복구되자 과학기술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정부가 올해 R&D 구조조정의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선회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R&D 예산 증액 자체는 환영하지만 연구 현장의 시각은 여전히 차갑다”며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예산을 삭감해 연구 현장에 엄청난 혼란이 생긴 데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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