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가 26일 메이저리그(MLS)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하 샌프란시스코)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 마운드에 섰다.
부상 중인 이 전 코치의 아들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모처럼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 포수석에 앉아 아버지가 던진 공을 잡았다.
이날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 컵스의 경기에 앞선 풍경이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날 홈 경기를 코리안 데이인 ‘한국 문화유산의 밤'(Korean Heritage Night)으로 정하고 샌프란시스코·베이 한인회(회장 김한일)와 함께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수년 전부터 시즌 중 하루를 ‘한국 문화유산의 밤’으로 정해왔으나, 코로나19 등으로 몇 년간 별다른 행사를 열지 않다가 올해는 이정후 영입을 계기로 다시 행사를 열었다.
이날 경기 전 시구자로 이 전 코치가 나섰다. 이 전 코치는 샌프란시스코 유니폼 셔츠를 입고 투구를 했다. 이 전 코치가 던진 공은 이정후가 잡았다.
이정후는 지난달 부상을 당해 재활 중이지만, ‘한국 문화유산의 밤’을 맞아 구단의 배려로 경기장에 나와 포구를 했다.
왼쪽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한 탓에 이정후는 오른손에 글러브를 꼈다. 이종범이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이정후가 일어서서 잡았다.
두 부자가 시구와 포구를 한 모습에 관중석에서는 힘찬 박수가 쏟아졌고, 이종범과 이정후는 활짝 웃으며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경기 전 만난 이정후는 오라클 파크에서 아버지의 공을 포구하는 데 대해 “처음 해보는 것이어서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오라클 파크에는 한인회가 마련한 800개의 관중석이 꽉 차는 등 ‘한국 문화유산의 밤’을 맞아 1천명이 넘는 한인들이 관중석을 메웠다.
이정후가 경기에 뛰지는 못하지만, 이들은 샌프란시스코를 열렬히 응원했다. 특히, 0-1로 뒤지고 있던 2회 말 샌프란시스코의 연타석 홈런이 터지자 열광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이종범과 이정후와 시구와 포구 외에도 ‘한국 문화유산의 밤’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가 열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전광판에 이정후와 사전 인터뷰한 영상을 내보냈다.
이정후는 경기장 오는 길에 듣고 왔다며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엠씨더맥스”를 꼽았고,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로 망설임 없이 “손흥민”을 들었다.
또 가장 좋은 휴가 장소로는 “내 방”이라고 말했다.
네이슨 민(9)과 니키 민(5), 잭슨 리(7) 등 3명의 현지 한인 어린이는 경기 시작을 알리는 “플레이 볼”을 외쳤다.
정규 수업으로 한국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현지 릴리안 클리엔탈 초등학교 합창단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미국 국가를 불렀다. 태권도 시범도 펼쳐졌다.
경기 전 인근 공원에서는 수백명의 한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인회 주최로 이정후를 환영하고 부상 쾌유를 기원하는 사전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미 캘리포니아주 유명 대학인 UC버클리의 한인 K-팝 댄스팀과 밴드의 공연이 펼쳐졌고, 치킨과 김밥 등 한국 음식 등도 마련됐다.
이 전 코치는 행사장을 찾아 “이정후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한국 문화유산의 밤’을 함께 할 수 없지만, 내년을 위해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는 로이 킴(15) 씨는 “이정후 부상으로 한동안 경기장에 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레전드’ 이종범과 이정후를 모두 보고 오라클 파크에서 한국 문화도 많이 열려 뜻깊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샌프란시스코가 시카고 컵스에 4-3 역전승을 거둬 ‘한국 문화유산의 밤’을 더욱 즐겁게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