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라 공항서 가족들 만나…호주 도착해 총리와 통화
미국령 사이판 법원 심리 후 최종 석방…미 법무부 “허가 없이 미 입국 불허”
정부 기밀을 폭로해 미국 방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석방된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52)가 26일(현지시간) 고국인 호주에 도착했다.
호주 AAP 통신과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어산지는 이날 오후 7시30분께 호주 캔버라 페어베언 공군 기지에 도착했다.
그는 비행기 문을 열고 나오면서 당당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어 올렸고 마중 나온 아내 스텔라 어산지 등 가족과 포옹한 뒤 숙소로 이동했다.
스텔라는 어산지가 도착한 뒤 캔버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산지가 참석하고 싶었지만 회복할 시간이 필요해 나오지 않았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취재진에게 “우리 가족이 자리를 찾아 그가 원하는 시간에 다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과 공간과 사생활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어 “줄리언은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그는 항상 인권과 피해자를 옹호할 것이며 이것이 그의 일부”라고 말했다.
어산지의 변호사 제니퍼 로빈슨은 어산지가 호주에 도착한 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통화했다며 “그는 총리에게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앨버니지 총리도 기자회견을 통해 어산지의 귀국을 환영하며 “그는 호주 정부의 노력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지만 호주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어산지의 석방에 도움을 준 미국과 영국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어산지는 이날 오전 미국령 사이판 지방법원에 출석해 공판에서 자신의 유죄를 인정했으며 라모나 맹글로나 수석판사는 그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한 뒤 그가 영국 교도소에서 이미 복역한 기간을 인정해 이날 바로 석방했다.
이는 어산지와 미국 법무부가 맺은 형량 합의에 따른 것이다.
합의 내용은 어산지가 국방 정보의 획득 및 유포를 모의한 혐의 한 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영국에서 복역한 기간을 인정받아 추가 사법 처리 없이 석방되는 것이다.
어산지는 이날 3시간 가량 진행된 심리에서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자신의 행동이 보호되는 것으로 믿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로 일을 하면서 나는 내 취재원에게 기밀로 분류된 정보를 보도를 위해 제공해달라고 부추겼다”며 “(당시) 나는 수정헌법 제1조가 이러한 행동을 보호한다고 믿었다…그러나 이것이 방첩법 위반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어산지는 이날 사이판을 떠난 이후부터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미 법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형량 합의에 따라, 어산지는 허가 없이 미국에 돌아오는 것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미국 육군 정보분석원인 첼시 매닝을 설득해 기밀로 취급되는 외교 전문과 국방 정보를 빼돌려 2010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한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됐다.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등에서 도피생활을 하다 2019년 영국 당국에 체포돼 미국 송환을 놓고 법정 다툼을 이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