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 속 ‘변화보다 안정’ 선택…스톨텐베르그 이어 10월 취임

젤렌스키 “협력 지속 기대”, 러 “나토는 우리의 적”

차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에 ‘푸틴 저격수’로 불리는 마르크 뤼터(57) 네덜란드 총리가 공식 지명됐다.

나토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이사회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뤼터 총리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사무총장의 임기가 종료되는 10월 1일부터 4년 임기 동안 나토를 이끌게 된다. 나토 수장이 바뀌는 건 10년 만이다.

뤼터 총리는 나토 발표 직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나토 동맹은 우리 집단방위의 초석이자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남을 것”이라며 “이 조직을 이끄는 것은 내게 가볍지 않은 책무”라고 소감을 밝혔다.

미혼인 그는 유니레버에서 일하다 2002년 정계에 입문해 하원의원에 이어 여러 장관직을 거쳤으며, 자유민주당(VVD) 당수로 오른 뒤 2010년부터 중도우파 성향의 연정을 이끌며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가 됐다.

오랜 기간 정치권에 몸을 담으며 유럽연합(EU)의 현안을 다뤘고 러시아에 대해 강경 대응을 주도해왔다.

뤼터 총리는 역대 영국, 미국 정상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가장 성공적으로 상대했다고 평가받는 EU 정상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사무총장 교체를 두고 지난해 하반기엔 첫 여성 사무총장 가능성부터 전통적으로 나토 내 입지가 좁은 동유럽권에서 수장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올해 들어서는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이 도전장을 내민 데 이어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은 뤼터 총리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32개국이 만장일치로 뤼터 총리에게 나토 수장직을 맡기기로 한 것은 미 대선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 변화보다는 안정감 있는 인물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나토 주요 회원국이 앞서 일찌감치 그를 공개 지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토 사무총장은 32개국 합의로 확정되지만 미국의 의중이 결정적 변수로 꼽힌다.

미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취임하는 뤼터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미국과 유럽 간 ‘안보 무임승차’ 갈등에 대응해야 하는 당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미국을 위시한 서방 자유 진영의 단일 대오를 유지해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마르크는 진정한 대서양 동맹 주의자, 강력한 지도자이자 합의 도출자(consensus-builder)”라며 “나는 안심하고 나토를 떠날 수 있다”고 환영했다.

연임이 유력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엑스 계정을 통해 “당신의 지도력과 경험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 매우 중요하다”며 “EU-나토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 대서양 공동체 전역의 국민과 자유 보호를 보장하기 위한 공동 협력이 좋은 속도로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결정이 나토의 전반적인 (대러시아) 노선에 변화를 주진 않을 것 같다”며 “현재 이 동맹은 우리에겐 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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