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차세대 칩 연구개발(R&D) 조직에 한국 엔지니어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선진 기술을 익혔던 국내 엔지니어들이 해외 업체의 러브콜을 받고 해외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유출 심화가 이어지면 반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대표 메모리 회사 창신메모리(CXMT)가 최근 한 학회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다수의 한국 국적 엔지니어가 이 회사의 ‘4F² D램’ 연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논문의 책임자는 삼성전자에서 7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SK하이닉스에서 수년간 메모리반도체 개발에 관여했던 사람도 논문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4F² D램은 메모리 업계에서 차세대 칩으로 주목받는 제품이다. 메모리 업계 1위 삼성전자도 내년에 ‘VCT D램’이라는 이름으로 초기 제품을 내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두 회사를 대적할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반도체 인력 유출은 중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SK하이닉스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을 담당했던 엔지니어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미국 등에서는 한국의 신입이나 경력을 가리지 않고 반도체 인력을 ‘즉시전력감’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우수 인재 비자(EB1·EB2)’를 취득해 미국으로 떠난 한국인이 지난해 5684명에 달했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우수 인재 비자를 받아 미국으로 간 한국인이 2018년 이후 3만 1000명이 넘는다”면서 “인재를 유입해도 모자랄 판에 뺏기고 있는 것이므로 이를 막을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