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앞둔 어산지…”모국 호주 ‘외교작전’ 숨어있어”

14년간 ‘도망자’ 신세였던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52)가 석방을 앞두게 된 배경은 그의 모국 호주의 보이지 않는 외교 작전이라고 AFP·AP 통신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2022년 5월 호주 노동당 정부가 출범한 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어산지 석방을 최우선 외교 과제 중 하나로 삼았고 줄곧 미국에 그에 대한 기소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앨버니지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만나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그가 석방돼야 한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해 호주를 찾아 어산지의 행위가 ‘매우 심각한 범죄 행위’라며 기소를 취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건이 교착되자 호주 당국은 어산지의 가족에게 어산지가 유죄를 인정하고 미국 법무부와 형량 합의를 통해 석방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자고 조언했고, 어산지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기류가 달라졌다고 AFP 통신은 익명의 외교관 발언을 빌려 보도했다.

시드니 대학교 미국 연구센터 연구 책임자인 자레드 몬드샤인은 캐럴라인 케네디 호주 주재 미대사가 호주 당국과 지난 몇 달 동안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면서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다며 “그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호주 의회도 미국과 영국에 어산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이 문제를 종결하자는 탄원서를 내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어산지의 어머니 크리스틴 어산지는 “탄원서 채택이 조용한 외교의 중요성과 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 존 쉽턴은 호주 언론과 인터뷰에서 앨버니지 총리에게 감사를 전했다.

어산지의 변호인 제프리 로버트슨은 호주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 국방부가 어산지를 처벌하려는 의지가 강해 협상이 훨씬 더 힘들었다”며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 덕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산지는 미국 육군 정보분석원인 첼시 매닝을 설득해 기밀로 취급되는 외교 전문과 국방 정보를 빼돌려 2010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한 혐의를 받아 왔다.

그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2019년 4월 체포됐으며 영국 법정에서 미국, 영국 정부와 미국 송환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갔다.

현재 어산지는 영국을 떠나 미국령 사이판으로 향하고 있으며 그는 26일 오전 미국령 사이판 법정에 출두할 예정이다.

호주 언론은 그가 영국에서 수감된 기간과 동일한 5년 2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석방돼 호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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