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빚으로 연명 한계…”살릴 곳만 살리는 구조조정 필요”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6조 원 늘어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확대되자 금융위원회가 이달 12일 5대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임원을 소집해 대책 회의를 열었다. 금융위는 “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가계부채를 일관되게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회의 뒤 보름이 채 지나지 않은 25일 금융위는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돌연 두 달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서민·자영업자 대출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방향을 못 잡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영업자를 비롯한 가계부채 문제를 임시 봉합하는 방식으로 매번 대응해왔다. 자영업자 코로나19 팬데믹이 불거진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자영업자의 자금난을 이유로 다섯 차례나 원리금 상환을 유예했다. 반드시 해소해야 할 문제지만 계속 미봉책으로 ‘숙제’를 미뤄온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리 예고한 정책은 예정대로 진행해야 당국의 시그널을 시장이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면서 “지금처럼 금리 인하 기대감이 깔려 있는 상황이라면 건전성 조치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국의 ‘시간 끌기’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의 상황은 되레 더 악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를 기록했다. 2012년 말(0.6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점을 기록했던 2021년 말(0.16%)과 비교하면 3배 넘게 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차주의 대출 상황을 뜯어보면 추가 부실위험 징후는 더 뚜렷해지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올 3월 말 전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는 172만 7351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335만 9590명)의 절반(51.4%)을 넘어섰다. 다중채무자는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차주로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부실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차주로 분류된다.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빚으로 연명하는 사업자가 늘어난 것”이라며 “대출 규제나 상환 유예와 같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스 DSR은 나중에 금리가 오를 것까지 감안해 대출 한도를 더 조이는 제도다. 당국은 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DSR을 우선 적용(1단계)했으며 7월부터 관리 대상을 넓힐 계획(2단계)이었다. 당국의 고민은 2단계에 2금융권이 포함된다는 데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2금융권 차주 중 약 15%는 대출을 전보다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경제생활이 힘들어 연체율이 높아지고 다중채무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출을 더 조였다가는 자영업자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관계부처 간 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지원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는 점도 감안했다고 강조한다. 금융위는 “현재 범정부적 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논의되는 상황”이라면서 “이달 말 시행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등 전반적인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 과정 등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실한 자영업 차주를 고려해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를 두 달 미뤘지만 그 기간 자영업자의 상황이 개선되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포화 상태인 자영업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당국이 서민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이유로 스트레스 DSR 시행을 연기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면서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출로 연명시키기보다는 서서히 줄여나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다만 내수 경기를 우선 회복시켜 자영업자 부실을 덜어낸 뒤에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빚으로 연명하는 사업자는 폐업을 지원하거나 다른 직종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지원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라면서 “지원을 해봐야 살리기 어려운 사업자라면 금융 지원을 줄이고 절감한 몫을 유망한 소상공인에게 투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경제

0
0

TOP 10 NEWS TODAY

오늘 가장 많이 본 뉴스

LATEST TODAY NEWS

오늘의 최신 뉴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시니어 생활

오피니언 Hot Poll

청취자가 참여하는 뉴스, 당신의 선택은?

최신 뉴스

홍준표, 국힘 대선후보 적합도 선두에 “본선 준비 철저히 할 것”

洪 12%, 韓 10%, 金 9%, 安 8% 순"이번 주말 지나면 경선구도 안정될 것""중범죄자 통치막고 선진대국시대 열 것" 홍준표 국민의힘 ...

트럼프 “中과 관세문제 대화 중…향후 3~4주내 협상 타결 기대”

시진핑과 직접 소통 질문에는 즉답 안해…"中과 좋은 협정 맺을 것" "美보다 다른 나라가 관세 협상 더 원해…결정은 우리가 한다" 도널드 ...

‘비자 취소’ 미 유학생들, 트럼프 정부 대상 소송 잇따라

캘리포니아 이어 미시간에서도 "비자 취소는 위법" 소송 "美비자 취소된 유학생 최소 900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불법 이민자 차단과 반유대주의 ...

미-우크라 광물협정 다음 주 서명 임박..

트럼프..젤렌스키에 "최고의 지도력 아니다" 발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다음 주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

中관영매체 “무역전쟁 확전은 달러 위기 초래”…

"미국 국가부채 5경1천조원…무분별한 관세 부과로 국가 신뢰도 갉아먹어" 트럼프 행정부가 대(對)중국 경제·무역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관영매체를 통해 ...

출생증명서 제시에도 구금된 미국 시민, ICE의 불법 구금 논란

조지아 출신 20세 청년, 플로리다에서 체포 후 시민권 증명에도 석방 거부돼 조지아주 출신의 미국 시민 후안 카를로스 로페스-고메즈(20세)가 플로리다에서 교통 ...

“적법 외관도 안 갖춰”…법원, ‘트럼프 추방정책’ 고강도 질책

법원 판단 저항에 "패배할 전략…법치주의 가치, 행정부도 알 것" 엘살바도르 잘못 추방된 합법체류자 사건 법무부 항소 기각 미국 연방법원이 엘살바도르로 ...

트럼프, 중국 해운에 초강수… “미국 항만 이용시 선박당 최대 21억원 부과”

조선업 되살리기 위한 강력한 압박책… 중국 불공정 경쟁 견제 겨냥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선박과 중국 해운사에 대한 대규모 항만 ...

LA 카운티서 한인들 잇단 교통사고 사망

▶ 다운타운서 70대 보행자 ▶ 롤랜하이츠선 30대 남성▶ 모터사이클 주행 사고도 최근 LA 카운티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한인 2명이 연달아 사망한 ...

타운 등 홈리스 방화 ‘심각’… LA 화재 1/3 달해

▶ 노숙자 인구 증가세 속▶ 방치 건물·쓰레기에 불 ▶ 6년간 화재건수의 32%▶ 한인타운서도 잇단 피해 지난 6년 동안 LA 한인타운을 ...

이정후, 9회 대타로 나와 내야 안타…시즌 타율 0.348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외야수 이정후(26)가 대타로 나와 내야 안타를 쳤다. 샌프란시스코는 17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

김시우, PGA 투어 RBC 헤리티지 첫날 공동 21위…임성재 31위

토머스 10언더파 단독 선두…세계 1위 셰플러 3타 차 2위 김시우와 임성재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그니처 이벤트 중 하나인 RBC 헤리티지(총상금 2천만달러) ...

개그맨 이진호, 불법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 후 검찰 송치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개그맨 이진호(39)가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씨를 도박 혐의로 지난 15일(한국시간) 송치했다고 17일 ...

하이브vs민희진, 주주간계약 해지에 풋옵션 소송까지..병행 심리 결정

하이브가 걸 그룹 뉴진스(NewJeans,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를 만든 어도어 전 대표 민희진을 상대로 낸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소송이 ...

효민, 서울대 출신 금융맨 남편은 ‘79년생’..10살 나이 차 극복

걸 그룹 티아라 멤버 효민이 '금융맨' 남편과 10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했다. 17일(한국시간) 스타뉴스 취재 결과, 효민의 남편으로 밝혀진 ...

침묵 택한 유학생들…비자 박탈·추방 공포 속 생존 전략

고개 숙이고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분위기 팽배…정치적 발언도 자제강화된 비자·입국 심사에 캠퍼스는 침묵과 불안으로 얼어붙어 최근 미국에서 유학생들의 비자 취소가 ...

[속보]미국 출생 의사에게 미국을 떠나라니..

펜실베이니아 출생 의사, 국토안보부로부터 "미국을 떠날 시간" 이메일 받고 충격 코네티컷에 거주하는 의사가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

남가주 주택 가격 상승 둔화..경기 침체 우려 때문인듯

지난달 남가주 주택 시장이 둔화추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3월 남가주 6개 카운티의 평균 주택 가격은 87만5천908 달러, 전달에 비해 0.38% 상승에 ...

[속보]LA 한인타운 8가 (구) 동일장 건물 화재…

노숙자 방화 의심 사례 급증... 지역사회 안전 비상 오늘 오후 1시 37분, LA 한인타운 8가와 호바트 인근(3454 W 8th St)에 ...

“법적 신분도 안전 보장 못해”, 합법이민자 위협하는 추방 정책..

합법 이민자, 영주권자도 불안... 전문가들 "이민자 권리 약화는 모든 미국인 권리 위협" 미국 내 이민자들은 법적 신분에 상관없이 점점 더 ...

[속보]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 총격 사건으로 2명 사망, 6명 부상..(종합)

셰리프 아들이 모친 총기로 자행한 충격적 캠퍼스 테러 [탤러해시, 플로리다]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 위치한 플로리다 주립대학교(FSU) 캠퍼스가 또다시 총기 폭력의 ...

일라이 릴리,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 3상 임상 성공

당뇨 환자 체중 7.9%↓·A1C 최대 1.6%p 감소...주가 14% 급등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 중인 경구용 GLP-1 계열 신약 ...

“공무원들은 배부르고 시민들은 굶주린다” 오클랜드 시 초과근무 수당 횡령 스캔들

'무능한 공직사회' 170만 달러 횡령... 2억8천만 달러 적자에 소방서 폐쇄까지 오클랜드 시 공무원들이 수년간 무단으로 초과근무 수당을 챙겨온 충격적인 사실이 ...

연방 대법원.. 출생 시민권 제한 시행 여부 5월에 심리

연방 대법원이 오는 5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을 일시적으로 허용할수 있는지에 대한 구두 변론을 청취하는등 심리에 들어갑니다 ...

패사디나 메트로 역에서 칼부림… 1명 중태

시에라 마드레 빌라 역에서 30대 남성 칼상 입어범행 동기 아직 밝혀지지 않아 한 남성이 17일 오전 패사디나 메트로 역에서 칼에 ...

트럼프 정국에 민주당은 내부 갈등으로 폭발 일보전

민주당 차세대 진보파, 현역 의원 교체 선언...세대교체 움직임 본격화 미국 민주당이 2024년 대선 패배 이후 극심한 내분에 휩싸였습니다. 젊은 진보 ...

뱅크 오브 호프 장학생 신청 접수 개시

뱅크 오브 호프가 2025년도 장학생을 선발합니다 뱅크 오브 호프 산하 호프 장학 재단이 2025 호프 장학금 신청 접수를 개시했습니다. 장학생 ...

미국판 ‘강남좌파’, AOC와 버니 샌더스 고가전용기 타고 유세..

"입으론 평등, 행동은 호화…샌더스·AOC의 '전용기 위선' 도마 위에" 진보 진영의 대표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 하원의원이 '올리가르히와의 전쟁'을 ...

S&P 500·나스닥 반등, 다우존스 하락세로 시작..

유나이티드헬스 실적 충격에 다우지수 하락하고 나스닥·S&P 500은 상승 미국 증시는 전날의 급락세 이후 4월 17일(현지시간) 혼조세를 보이며 출발했습니다. S&P 500과 ...

관세영향으로 LA 지역 주택 건설업계 불황에 고전..

수입관세 불확실성과 산불피해 복구로 남가주 건설업계 이중고 LA 지역 주택 건설업계와 부동산 개발업계가 새로운 수입 관세 정책으로 인해 극심한 불확실성에 ...

경제 • IT

칼럼 • 오피니언

국제

한국

LIFESTYLE

K-NOW

K-NEWS

K-BI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