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 시기를 두 달 늦춰 9월부터 시행한다. 빚으로 빚을 막기도 벅찬 한계 자영업자가 좀처럼 줄지 않자 부채 관리 계획을 시행 1주일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돌연 바꾼 것이다. 자영업자 등 서민층의 부채 시한폭탄을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정책 신뢰성이 흔들린 것은 물론 부실 뇌관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5일 ‘하반기 스트레스 DSR 운용 방향’을 통해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도입 시기를 7월에서 9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DSR은 대출받은 사람이 한 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몫이다. 상환 능력 내에서 대출을 받도록 마련된 규제로, 현재 은행권 대출에 40%(비은행권 50%)의 DSR이 적용된다. 당국은 올 2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DSR을 우선 적용(1단계)하고 있다. 7월부터는 은행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로 관리 대상을 넓힐 계획(2단계)이었다.

금융 당국은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을 연기한 것은 2금융권을 이용하는 취약 차주의 자금난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2단계 규제가 시행되면 2금융권 차주 중 약 15%는 대출을 전보다 줄여야 한다. 이들 대부분은 은행권에서 DSR 한도를 채우고 2금융권으로 넘어온 자영업자들로 상환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서민·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범정부 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당국이 자영업자들의 부채 문제에 대해 시간을 끄는 사이 취약 차주의 부실은 되레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로 2012년 12월(0.64%)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번에 규제 시기를 늦추면 연체율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빚 상환 시기를 늦추는 식으로 대처해왔지만 자영업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버텨도 살아남기 힘든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지원하는 식의 구조조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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