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사실상 군사동맹을 맺자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한미 양국에서 동시에 분출하고 있다. 25일 하루에만 여당 유력 인사들의 핵무장 관련 발언이 쏟아졌고 미국의 전·현직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6·25전쟁 74주년을 맞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북러 조약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고 경고한 뒤 역대 대통령 중 세 번째로 미 항공모함에 승선해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과시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나경원 의원은 이날 “이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북러 조약은 한반도 안보 지형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의 태도도 바뀔 수 있어 핵무장을 할 때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핵무장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핵을 고도화해서 잠재적으로 일본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바로 핵무장으로 가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을 것”이라면서도 “일본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보다는 신중하지만 핵무장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한 셈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도 이날 서울에서 한 강연을 통해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해 핵우산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밝혔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최근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 미국의 핵무기를 해당 지역(한국·일본·호주)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에서 남측 핵무장론이 급속히 확산하는 것은 북러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사실상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에 합의하는 군사동맹을 맺었다는 평가 때문이다. 북중러 핵위협에 대응해 남한도 핵을 갖고 있어야 힘의 균형을 이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가 지난해 4월 ‘워싱턴선언’을 통해 ‘핵협의그룹(NCG)’을 발족했지만 차관보급 협의체로 현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 기념행사에서 “강력한 힘과 철통 같은 안보 태세가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에 정박 중인 미국의 핵추진항공모함인 ‘시어도어루스벨트함’에 탑승한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공언하며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한미 동맹은 어떤 적도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