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야당 주도로 재추진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 입법을 두고 “노사관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 다수석을 차지한 야당이 해당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에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2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경영계 의견을 무시하고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21대 국회의 개정안보다 더욱 심각한 개악안을 상정했다”며 “노사관계 파탄을 넘어 국가 경제까지 위태롭게 될 것으로 우려돼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 개정안은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조에 가입한 자’를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자 또는 노조에 대해 노동관계의 상대방으로서의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했다. 사내하청의 경우 원청사업주를 사용자로 규정했다.
이 부회장은 “야당이 발의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근로자·사용자·노조의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함으로써 노조법을 형해화하고 노사관계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근로자가 아닌 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고 누구나 노조에 가입하면 근로자로 추정하는 황당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자영업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노조를 조직해 거의 모든 의제에 대해 자신들이 원하는 상대에게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을 할 수 있게 된다”며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노조공화국, 파업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인들의 경영 활동 위축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대한 다수의 형사처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용자 개념의 무한정적인 확대는 우리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며 “노동규제에 따른 사법리스크를 가장 우려하는 외투기업들이 어떠한 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야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단체교섭 거부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면 국내 시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원청기업이 국내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면서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개정안이 노조의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성노조의 폭력과 사업장 점거 등 불법행위가 빈번한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개정안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사업장 점거 등 노조의 불법행위 관행을 끊어낼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개정안은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법리에 반하는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법안”이라며 “지금이라도 국회가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입법 추진을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국회 방문을 통해 개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입법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최후의 수단으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야당에서는 숙려기간을 가져갈 수 있다고 했지만 빠른 속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까지 통과될 수 있다”며 “앞으로 국회 처리 절차에 따라서 경제단체장이 국회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본회의 통과 시에는 다시 한번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