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중국 전기차 관세…”미국은 완전차단, 유럽연합은 여지 둬”

 중국 전기차 산업의 부상에 대응해 최근 서방에서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미국은 100% 넘는 관세를 통해 중국산 제품의 진입을 완전히 차단하려 하는 반면 EU는 상대적으로 관세 인상 폭이 크지 않고 협상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행 25%에서 102.5%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아직 중국산 전기차 수입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사전에 국경을 걸어 잠그겠다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과 긴밀하게 통합된 캐나다도 새로운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며, 중국 기업들이 미국·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우회 수출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 행정부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반면 EU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17.4∼38.1%포인트의 잠정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니며 진입 속도를 늦추는 정도라는 게 WSJ의 평가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는 EU의 이번 결정으로 기존 관세 10%에 더해 추가로 17.4%포인트의 관세를 부담하게 됐는데, 비용 측면에서 유럽산 대비 우위가 대부분 상쇄되겠지만 성장 계획이 궤도를 벗어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씨티그룹은 비야디가 추가 관세를 소비자와 나눠서 질 경우 경쟁이 치열한 중국보다 유럽에서 이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조치는 임시적 성격으로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최종적으로 관세가 내려갈 가능성도 여전하다. 중국은 돼지고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나서는 등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며 EU를 압박하고 있다.

EU의 이번 관세 조치로 역내 생산이 강화될 경우, EU 내에서 과잉생산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EU 소비자들에게는 이득이지만 기존 제조업체들에는 악재다.

미국 역시 과잉생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또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정치적 민감성으로 인해 전기차 산업의 수익률은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고 WSJ은 덧붙였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서방 자동차 모델에 대한 모방을 넘어서 독특한 디자인과 차량 인테리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자문업체 카디자인리서치의 로버트 두리 전략가는 중국 샤오미가 최근 출시한 전기차 SU7의 외양이 포르쉐 타이칸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도, 일부 중국 브랜드가 사용자 경험이나 인테리어 등의 측면에서는 서방 경쟁업체들보다 앞선다고 평가했다.

아우디 등 유럽 업체들을 거쳐 현재 중국업체 지리(Geely)에 근무 중인 슈테판 지라프는 중국 업체들은 위계 구조가 약해 신차 개발 속도가 빠르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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