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적 영향력 상실·원치않은 분쟁 휘말릴 우려는 손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대한 중국의 공식적인 반응은 냉담할 정도로 유보적이지만 중국에 득이 되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중국 전문가 윈쑨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아직 중국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윈쑨은 북러의 우호 관계로 이 두 나라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국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중국의 잠재적 골칫거리로 꼽았다.
그는 “중국이 두 나라에 대한 독점적 영향을 행사하고 있었고 선택지가 있다면 그런 상황을 유지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밀접한 북러관계가 중국의 소외나 적대시는 아니지만 이로인해 러시아와 북한은 상대적으로 대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윈쑨은 특히 중국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푸틴 대통령 방북의 가장 가시적 결과로 양국의 상호방위 의무를 명시한 조약을 들었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9일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는 내용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
윈쑨은 “중국과 북한이 1961년부터 상호 방위 조약을 유지해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북러 조약은 중국을 자기 뜻에 반하는 분쟁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중 조약에는 ‘일방이 어떠한 한 개의 국가 또는 몇 개 국가들의 연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조약) 상대방은 모든 힘을 다하여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윈쑨은 “상호지원 조항의 문구가 큰 모호성을 지닌다”며 “중국은 북한과 자국의 조약에서 문구 해석에 항상 유연성을 극대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까닭에 중국이 북러조약 때문에 궁지에 몰리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한 심기가 있는 게 분명하고 이해할만하다”고 덧붙였다.
반미연대 강화·미국 시선 분산·왕따집단 거리두기는 이득”
그렇지만 윈쑨은 “중국에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윈쑨은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반미 연합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위기뿐만 아니라 중국과 전략적 경쟁으로부터 미국의 주의를 더욱 분산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두 왕따(pariah·북러)의 유일한 후원자 겸 지지자이거나, 외교적으로 이들을 위해 일하는 유일한 국가로 보일 필요가 없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파워를 지향하는 중국이 역내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차원에서도 기본적으로 북·중·러 진영에 얽매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윈쑨은 “그런 상황에서 중국은 서방, 특히 유럽, 일본,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기회를 잃는다”며 “중국은 이들 미국의 동맹국을 자국 궤도에 끌어들이려고 노력해왔는데 북한, 러시아와 3자로 연합하게 되면 그런 전망이 사라진다”고 해설했다.
푸틴 대통령이 집권 5기 출범 후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다는 점은 북러밀착이 중국에 직접 충격을 주는 변수가 아니라는 점을 방증하는 증거로 강조됐다.
윈쑨은 “이는 무엇보다도 러시아가 현재 외교 전략에서 중국을 다른 어떤 나라보다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방북 중에 이뤄진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적, 정치적 합의와 무관하게 북러 모두 양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국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은 중국을 안심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