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서 이민자 급증 우려 확산에 중도파도 ‘우클릭’

미국과 유럽에서 이민자 급증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 중도 성향 정치 지도자들마저 이를 의식한 이민 정책을 펴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0일 진단했다.

폴리티코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달 초 미국에 들어오는 이주민을 크게 줄이겠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 이주민 대응을 위해 이들의 수가 일주일 단위로 하루 평균 2천500명이 넘으면 남부 국경을 폐쇄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불법 이주민 급증 문제가 대선 이슈로 떠오르고 비판도 커지자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같은 강경책을 꺼내 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편으론 지난 18일 불법 체류자 55만명이 추방되지 않고, 일부는 취업 허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조치를 발표했다.

이같이 엇갈린 조치는 바이든 대통령이 골치 아픈 불법 이주민 문제를 놓고 정치적 줄타기를 하면서 나온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백악관이 이민 정책에 대한 공화당의 공격에 맞서 싸우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균형 잡힌 정책을 원한다고 판단하는 바이든 대통령 참모들의 뜻도 반영했다는 것이다.

국경 혼란을 관리하는 동시에 장기 불법 체류자에게 시민권 취득의 길을 열어주는 대통령이라는 점을 보여주자는 의도로 해석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 이민정책을 비판하면서 “우리는 국경을 안전하게 하면서도 (이민자가) 합법적으로 시민이 될 수 있는 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비롯한 중도파 지도자들이 망명 신청자 급증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와 비슷하게 이민 정책의 균형을 잡으려고 시도한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2015년과 2016년 난민 위기 때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 환영 문화’로 찬사를 받은 이후 “중도 성향의 유럽 지도자들이 이민 문제에 대해 오른쪽으로 상당히 옮겨갔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 유럽의회는 망명 신청 자격을 갖추지 않은 난민의 신속한 본국 송환 등을 담은 일련의 법안을 가결했다.

이들 법안은 지난달 유럽연합(EU) 27개국으로 구성된 EU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으며 , 약 2년간의 이행 준비를 거쳐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극우 정당들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지만 극우 정당들은 충분하지 않은 조치라고 반발했고, 좌파 정당들은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최근 끝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세력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민정책의 우경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독일의 정치 컨설턴트 요하네스 힐제는 폴리티코에 “중도 정당들은 이민 문제를 무시할 수 없지만 극우와는 확연히 다른 자신만의 입장을 세우고 표현법을 찾아야 한다”며 “극우를 따라하는 것은 극우를 도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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