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은 수많은 참모들과 산속의 별장에서 공격작전을 짜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통령 후보들과 정책 노선을 가다듬으며 과격한 말투를 자제하려 하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CNN이 전한 미 대선 주자들의 생생한 모습이다. 이달 27일 예정된 첫 대선 TV 토론을 앞두고 각 선거 캠프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자의 방식으로 토론 준비에 나선 가운데 토론 직후 실시될 여론조사 결과가 11월 미 대선 결과를 예측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로 이동해 토론 준비에 착수했다. 핵심 참모들과 예상 질문 및 답변을 주고받으며 90분짜리 모의 토론도 진행할 계획이다. 캠프 관계자는 “최근 트럼프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이 강경해지고 있는데 이를 이번 토론에도 반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바이든 캠프의 토론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지난 30년간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들과 일한 숙련된 토론 코치라고 CNN은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이곳에서 토론 준비에 전념하다가 토론 장소인 애틀랜타로 바로 이동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통령 후보군에 들어간 인사들과 상원의원, 정책 전문가 등 다양한 계층의 조언을 받으며 토론에 대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수주간 ‘정책 대화’라는 이름의 준비 모임에 10여 차례 참여했는데 이 과정에서 경제·국경·범죄·낙태·전쟁 등 주요 현안은 물론 자신의 유죄판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메시지를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이달 초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J D 밴스 상원의원과 인플레이션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전략을 의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주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에릭 슈밋 상원의원과도 정책 방향을 놓고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미 언론들은 이번 토론이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맞붙었을 때만큼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두 후보 모두 연령과 기질 등에서 공직 적합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각한 질문에 직면해 있다”면서 “특히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게 뒤지고 있는 바이든으로서는 판세를 뒤집을 순간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이날 더힐과 에머슨대가 발표한 경합주 여론조사(오차범위 ±3%포인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조지아·위스콘신·네바다·펜실베이니아·미시간 등 6개 경합주에서 1~4%포인트 차이로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의 정치 평론가 존 반스는 “바이든이 토론에서 엉망이 되면 게임은 끝난다”면서도 “그가 폭주하는 트럼프를 감당할 수 있다면 다시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선은 미국의 경제정책 방향이 갈린다는 측면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고 공화당이 하원까지 장악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마크 잰디 무디스 애널리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가정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3.0%에서 내년 3.6%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건 감세 정책이 경기를 자극하는 가운데 이민정책 강화가 고용시장 과열을 유발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물가 상승률 둔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내년 여름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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