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신냉전 고착 분위기, 한반도가 대결의 장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격상하면서 동북아 정세에 몰고 올 파장이 주목된다.
한미일이 지난해 8월 정상회의에서 ‘위기시 협의’를 공약하면서 안보 밀착의 강도를 전례없이 높였는데 이에 맞서는 북러가 동맹 성격으로 뭉치면서 자칫 한반도가 두 진영이 각축하는 대결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19일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체결한 ‘포괄적 전략동반자관계 조약’에는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자동 군사개입’으로 해석돼 양국 간 동맹관계가 28년 만에 복원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이번 조약을 통해 핵을 손에 쥔 북한을 자신이 주도하는 ‘안보연대’에 편입시킴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연대에 맞서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수십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적,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로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던 북한도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바탕으로 활동 반경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러시아와 대북제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면서 전 방위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산업적으로도 돌파구를 찾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일, 나토 정상회의 계기 메시지 주목
북러의 결집에 한미일도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이에 북러가 강경 대응하는 식의 흐름이 이어지면서 향후 동북아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당장 한미일은 이달 말 첫 다영역 군사훈련 ‘프리덤 에지’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7월 상순에는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이 모일 전망이다.
이와 관련,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연합뉴스에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나라에 대한 위협이 모두에게 위협이 된다는 3국간 공동 (집단) 안보 선언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달 말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한미일과 북중러 외교 당국자들의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한과 러시아가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연합훈련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가 억제력을 더욱 증강할 명분이 생긴 상황”이라며 “한미일 안보 협력도 북러 간 준 군사동맹에 대응하는 쪽으로 확장,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건 중국의 행보다.
중국이 북러의 군사적 결집에 본격적으로 가세해 한미일과 맞선다면 동북아 긴장 수위는 크게 높아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중국은 북중러로 한 데 묶이는 데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따라서 우리 정부로선 중국과 관계 회복에 공을 들이는 한편 북러 협력이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도록 대러관계에도 여전히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