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시가총액 1위 등극’이 소환한 닷컴 버블의 기억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오르자 20여년 전 닷컴 버블 당시와 비슷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닷컴 붐이 한창이던 2000년 3월 당시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는 그때에도 1위였던 MS를 제치고 시총 1위 기업이 된 바 있다.

산업 혁신의 바람을 타고 새 물결에 원동력을 제공하는 기업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지만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기업가치가 뛰었다.

엔비디아가 설계한 반도체는 최소한의 작동을 통해 설득력 있는 텍스트와 이미지, 오디오를 생성할 수 있어 AI 열풍의 핵심 도구가 됐다.

이에 비해 시스코는 인터넷 열풍이 불 때 단기간에 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장악하면서 주목받았다.

닷컴 기업 붐 당시 시스코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존 챔버스는 20여년 전과 지금은 몇 가지 유사점이 있지만, 혁신의 역동성이나 기회의 규모가 다르다고 평가했다.

지금은 벤처 투자자로 변신한 챔버스는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변화의 속도와 시장의 크기가 다르며, 가장 가치 있는 기업에 도달한 단계도 다르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설립된 지 31년 된 회사다.

시총 1위 기업 타이틀을 MS나 애플 이외의 기업이 거머쥔 것은 201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엔비디아는 1년 전 시총 5위 기업이었고 2년 전에는 10위였다. 5년 전만 해도 20위권 내에 들지 못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종목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냈고, 지난 12개월 동안 가치가 3배 이상 올랐다.

시가총액 2조 달러에 도달한 지 4개월도 안 돼 3조 달러도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CFRA의 안젤로 지노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산업을 AI가 주도하면서 엔비디아는 향후 10년 동안 우리 문명에 가장 중요한 회사가 될 것이며, 엔비디아가 개척한 반도체는 금세기 가장 중요한 발명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는 이어지고 있지만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쿼이아 캐피털의 지난 3월 추정에 따르면 AI 호황이 시작된 이후 엔비디아 반도체에 약 500억 달러가 투자됐지만 회사 매출은 30억 달러에 그쳤다.

소냐 황 세쿼이아 캐피털 파트너는 “이런 불균형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현실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AI에 대한 열정은 거품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서 “향후 1년 반 정도 미국 주식을 상승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거품은 결국 꺼질 것이며, 이후 미국 증시는 상당히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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