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발 뚫고…펠로시 등 미국 의회대표, 달라이라마 회동
미국 의회 여야 대표단이 중국의 강력한 반발 속에 19일(현지시간)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마이클 맥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이끄는 대표단은 전날 다람살라에 도착했으며 이날 달라이 라마의 관저인 불교사원에서 회동했다.
7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에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포함됐다.
대표단은 회동 후 회동 장소 부근에 몰려든 티베트인 수백명을 향한 연설에서 지난주 미 하원을 통과한 ‘티베트-중국 분쟁법’의 중요성을 알리고 달라이 라마와 중국 관리들간 대화를 권장하기 위해 달라이 라마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티베트가 예부터 중국 영토였다는 중국 주장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은 티베트인·역사·제도에 대한 중국 당국의 허위·왜곡 주장과 정보에 대응하는 자금 지원 등을 담고 있다.
법안은 이미 상원을 통과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회동 장소 부근에 모인 군중은 미국 국기와 티베트 기를 든 채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맥콜 위원장은 이번 방문이 매우 시의적절했다면서 “티베트가 자결권을 갖고 있음을 미국이 믿고 있다는 것을 이 법안(티베트-중국 분쟁법)은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또 중국이 달라이 라마 후계자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2010년 이후 중단된 중국 당국과 티베트 지도자 간 대화를 재개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시사하기도 했다.
펠로시 전 의장은 티베트인 군중에게 한 연설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 영광이었다면서 “그것은 완전히 축복이었다”고 말했다고 티베트 망명정부 TV는 전했다.
그는 이어 “이 법안은 우리가 티베트의 자유 문제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데 명료성을 갖고 있다는 대(對)중국 메시지”라면서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곧 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전 의장은 “망명 중인 티베트인들의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동은 전날 중국 외교부가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이뤄졌으며 향후에도 중국 측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14대 달라이 라마는 단순한 종교 인사가 아니라 종교의 외피를 쓴 채 반중국 분열 활동에 종사하는 정치적 망명자”라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이어 “미국이 달라이 라마 그룹의 반중국 분열의 본질을 충분히 인식해 시짱(티베트) 관련 문제에서 한 약속을 지키고, 그 그룹과 어떤 형식의 접촉도 하지 않으며, 외부에 잘못된 신호를 발신하는 것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티베트 불교는 달라이 라마 사후 그가 환생한 소년을 찾아 후계자로 삼는 전통을 수백 년간 이어왔다. 달라이 라마는 관음보살 화신으로 여겨진다.
현재 달라이 라마는 두 살이던 1937년 달라이 라마의 환생을 검증하는 여러 시험을 통과한 끝에 14대로 인정받고 1940년 공식 즉위했다.
중국은 1950년 티베트에 군대를 보내 강제 합병했고, 달라이 라마는 1959년 독립 봉기를 주도했다가 실패한 뒤 다람살라에 넘어가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1989년에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한편, 달라이 라마는 오는 20일 무릎 치료차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에서 어떤 고위급 인사를 만날지는 불확실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