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민권자 배우자도 합법체류 허용…대선 포석 관측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불법체류자에게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구제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시행된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제도 12주년을 기념하면서 이 조치를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들이 전했다.
이는 과거 군인 가족 등을 대상으로 시행된 ‘임시 체류 신분 부여'(parole in place·PIP) 정책과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미 시민권자의 불법체류 배우자들은 추방당하지 않고 취업 허가를 받는 한편 시민권 취득 기회를 얻게 된다.
이를 통해 최대 50만명 정도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이른바 ‘그린카드’를 소유한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하면 시민권을 취득할 길이 열리지만, 애초에 비자를 받아 입국하지 않고 불법으로 남부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은 절차 완료를 위해 일단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조치는 오바마 대통령의 DACA 프로그램 시행 이후 불법 이민자를 구제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이 취한 가장 포괄적인 단독 결정에 해당할 수 있다고 당국자들은 강조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미국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정치 쟁점인 이민 문제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NYT는 짚었다.
남부 국경에서 더욱 강력한 통제를 원하는 대다수 유권자의 요구에 부응하려 최근 남부 국경에 사실상 빗장을 거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이든 대통령은 라틴계 유권자와 진보 진영의 민심 이반 조짐이 보이자 이번 조치를 기획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해리 리드 전 상원의원의 수석보좌관 출신이자 비영리 진보단체 ‘인디비저블’의 마리 어비나 전무이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2012년 DACA 프로그램으로 아동 입국자의 체류를 도운 이후 상식적인 이민 정책을 위한 가장 큰 뉴스가 될 수 있다”고 환영했다.
반면, 공화당은 이미 공세로 전환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반이민 정책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17일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조치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민자 옹호 단체인 ‘미국 비즈니스 이민 연합'(ABIC)에 따르면 부부 중 한 명이 불법체류자인 경우가 각각 10만명 이상인 네바나, 애리조나, 조지아 등 경합주에서 이번 조치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