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높이뛰기 ‘빅4’ 중 장마르코 탬베리(32·이탈리아)가 가장 먼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이 가능한 높이인 2m37을 넘으며 경쟁에 불을 댕겼다.
‘빅4’ 중 한 명인 우상혁(28·용인시청)은 탬베리의 기록에 건강한 긴장감을 느끼면서도 “내 계획대로 가겠다”는 평정심을 유지했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전지훈련을 하고자 17일 체코로 떠난 우상혁은 출국장으로 나서기 전 “탬베리의 유럽선수권 영상을 봤다. 위기를 잘 극복하고 좋은 기록을 냈더라”며 “오히려 경쟁자들에게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내게도 좋은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탬베리는 지난 1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2024 유럽선수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7을 넘고 우승했다.
2m37은 우상혁이 ‘파리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 가능한 높이’라고 보고, 올 시즌 내내 도전하고 있는 높이다.
탬베리는 2m29에서 1, 2차 시기에 실패해 코너에 몰렸지만, 3차 시기에서 2m29를 넘어 위기를 넘겼다.
이후 2m37까지 넘어 올 시즌 1위 기록을 작성했다.
장난기가 넘치는 탬베리는 2m34를 넘은 뒤 왼쪽 다리를 절뚝이며 ‘부상을 당한 척’했다.
이어 탬베리는 스파이크를 벗었는데 스프링이 여러 개 쏟아졌다.
경기 뒤 탬베리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다친 것처럼 보이려고 신발 속에 스프링을 숨겼다. 많은 사람이 내 장난에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탬베리가 분위기를 잘 끌어올리는 선수이긴 하지만, 파리 올림픽에서는 그런 여유를 보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웃었다.
탬베리와 우상혁은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 주본 해리슨(미국)과 함께 남자 높이뛰기 ‘빅4’로 분류된다.
2024시즌에는 탬베리가 2m37로 앞서갔고, 해리슨이 2m34, 우상혁이 2m33을 넘었다.
‘현역 최고’ 바르심은 지난 5월 10일 자신이 주최한 ‘왓 그래비티 챌린지’에서 2m31을 넘고 우승한 뒤 실전에 나서지 않고 있다. 당시 대회에서 우상혁은 바르심과 같은 2m31을 넘었으나, 성공 시기에서 밀려 2위를 했다.
우상혁도 아직은 예열 중이다.
그는 3월 18일부터 4월 30일까지 홍콩에서 체력과 근력 훈련에 집중했다.
4월 두 차례 중국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 대회에도 불참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파리 올림픽 결선이 열리는 8월 11일에 신체 시계를 맞춘 ‘중장기적 관점’의 전략이었다.
체력, 근력 훈련에 집중하다 보니 아직 ‘실전 감각’은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5월 19일 일본 도쿄 세이코 그랑프리 2위(2m27), 6월 1일 대만 오픈대회 4위(2m22)에 머문 것도 ‘실전 감각 부족’ 탓이었다.
우상혁은 “몸이 무거운 상태로 도쿄, 대만 대회를 치렀다. 무거운 몸으로도 2m30을 넘으면 더 가벼운 몸으로는 2m37을 넘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두 대회에 나섰는데, 기록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며 “그래도 훈련 과정이 매우 좋았고, 아픈 곳도 없어서 두 대회 결과에 실망하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건 파리 올림픽에서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우상혁은 강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은 ‘2m37을 넘을만한 신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기록 향상을 위해 휴식과 훈련을 적절히 섞는 ‘테이퍼링’을 시작하고, 기록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일단 우상혁은 7월 13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리그 대회를 파리 올림픽을 위한 모의고사처럼 치를 생각이다.
우상혁은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에서는 2m30을 확실히 넘어 순위 싸움을 하고, 2m37을 시도하고 싶다”며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우승하고서 좋은 기운을 얻어 파리로 이동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은 한국시간으로 8월 11일 오전 3시 5분(현지시간 10일 오후 7시 5분)에 열린다.
우상혁과 김도균 대표팀 코치는 ‘당장 좋은 기록을 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파리 올림픽에 신체 시계를 맞추고자 애썼다.
강훈련을 잘 견딘 우상혁은 “우리가 생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파리 올림픽에서 최상의 몸 상태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