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아닌 ‘화강암’으로 기재돼 다른 나라로…사기 사건 의심

중국 국영 기업이 러시아에서 2천만달러어치(약 274억원)의 구리를 구매한 뒤 정해진 날짜에 해상 배송을 약속받았으나 결국 물건을 받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기업이 국제 금속 거래 시장에서 횡횡하는 사기를 당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영 기업인 물산중대그룹은 지난해 러시아의 한 제련소에서 2천t(톤) 상당의 정제 구리를 구매했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최근 구리가 t당 9천821달러(약 1천347만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구매한 구리는 274억원 상당에 달한다.

물산중대그룹은 이 구리를 지난달 말까지 중국 닝보항으로 배송받아 지역 업자들에게 판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약속한 날까지 구리는 도착하지 않았다.

위탁운송을 취급한 해운사 기록에 따르면 적재 품목은 구리가 아니라 구리보다 훨씬 저렴한 화강암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중국이 아닌 튀르키예로 배송됐다고 한다.

물산중대그룹은 러시아로 직원들을 보내 사태 파악에 나섰지만, 제련소 위치조차 확인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국제 금속 거래 시장은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이런 사기 사건에 휘말려왔다며 이번 사태로 다시 한번 악명을 높이게 됐다고 언급했다.

금속 거래 시장에서는 그간 가짜 창고 영수증을 보내거나 돌덩이를 금속인 양 색칠해 컨테이너에 채워 보내는 등 갖가지 사기 사건이 발생해왔다.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 중개 업체인 트라피구라는 지난해 사기 사건으로 5억달러(약 6천862억원)가 넘는 손실을 보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상품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중국이 러시아와의 교역에서 유리한 조건을 점하게 된 점도 사기 사건 발생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금속 가격이 높은 시기에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된 상품들은 무역업자들이 빼돌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알려지면서 중국 기업들은 계약 건들에 대해 내부 점검에 들어갔다. 

물산중대그룹은 이 사건과 관련한 언급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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