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흑인 민권운동 선구자 제임스 로슨 목사 별세
1960년대 미국에서 인종차별에 맞서 비폭력 저항운동에 앞장선 흑인 민권운동가 제임스 로슨 목사가 9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가족들은 로슨 목사가 수십년간 살았던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난 9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감리교 목사인 그는 인도 독립투쟁을 이끈 마하트마 간디(1869~1948)의 비폭력 불복종 원칙에 따라 1960년대 미국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주도한 인물이다.
함께 활동한 흑인 민권운동의 아이콘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는 로슨 목사를 두고 “세계 비폭력주의의 선도적인 이론가이자 전략가”라고 이야기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목사인 성직자 집안에서 1928년 태어난 로슨은 8세 때 자신을 인종적으로 모욕한 다른 아이를 때린 뒤 어머니로부터 “그래서 무엇이 좋아졌느냐”는 말을 듣고 분쟁을 해결하는 데에 폭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비폭력주의에 대한 신념 때문에 대학생 때는 한국전쟁에 징집을 거부, 13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인도로 가 3년간 간디의 비폭력 저항 전술을 연구한 로슨은 미국으로 돌아와 오하이오주 오벌린대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1957년 킹 목사를 만났다.
동년배인 두 사람은 비폭력주의에 대한 공감으로 의기투합했다. 당시 흑인사회에서는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방법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었다.
미국 남부에서 비폭력 시위를 이끌어달라는 킹 목사의 말에 로슨은 테네시주 내슈빌로 가 밴더빌트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비폭력주의를 설파했다.
그는 젊은 활동가들을 상대로부터 모욕을 받더라도 반응하지 않으면서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 등 비폭력 저항 전술을 가르쳤다. 당시 그의 가르침을 받은 운동가 가운데에는 2020년 별세한 존 루이스 하원의원 등도 있었다.
이러한 비폭력 저항은 큰 효과를 발휘해 1960년 내슈빌의 식당, 영화관, 버스, 수영장 등 공공장소에서 ‘유색인종 출입금지’ 표지판이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