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보리 결의안 표결 추진
미국이 가자지구에서 8개월 넘도록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향해 새로운 3단계 휴전안을 수용하라는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결의안 표결을 추진하는 동시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중동으로 보내 당사국 및 중재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방침이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9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에 새 휴전안을 지지하는 결의안 표결을 요청했다.
네이트 에번스 유엔 미국대표부 대변인은 “오늘 미국은 이 제안(휴전안)을 지지하는 표결을 안보리에 요청했다”며 “안보리 이사국들은 이 기회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며, 한목소리로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이 안보리에 제출한 결의안 초안에 대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안보리의 유일한 아랍 회원국인 알제리 등이 유보적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휴전안을 받아들였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인데, 이날 미국이 수정을 거쳐 안보리 회원국들에 배포한 최신 버전의 결의안 초안에는 이스라엘이 휴전안을 이미 수용했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하마스에 휴전안 수용의 일차적 책임을 지우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지체나 조건 없이 휴전안을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구체적으로 ‘즉각적이고 완전한 휴전’,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석방, ‘팔레스타인 포로 교환’, ‘가자지구의 민간인 거주지에서 이스라엘군의 철수’, ‘가자지구 전역에서 모든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규모 인도주의적 지원 분배’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10일부터 사흘간 이집트와 이스라엘, 요르단, 카타르를 차례로 방문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례적 긴급 회견을 통해 3단계 휴전안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학교를 폭격하고,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숨지면서 협상 분위기가 좀처럼 조성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 기간 일단 3단계 휴전안의 불씨를 되살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또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블링컨 장관의 방문이 “미국이 하마스와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휴전에 도달하고, 전쟁이 레바논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요한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자전쟁 발발 이후 블링컨 장관이 이 지역을 찾는 건 이번이 8번째다. 특히 이번 방문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민통합당 대표가 전시 내각에서 사임한 직후 이뤄지는 것이다.
전시 내각에서 유일한 중도 세력인 간츠 대표의 사임으로 인해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립정권이 당장 붕괴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려 극우 강경파에 갈수록 의존하면 가자전쟁 지속이나 헤즈볼라와의 확전 등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짚었다.
앞서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7일 블링컨 장관이 이번 중동 방문을 통해 모든 인질의 석방을 보장하는 휴전 합의에 도달할 필요성과 분쟁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을 놓고 파트너들과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