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상승보다 2배 더 혐오
미국인들은 물가가 오르는 것을 실업률 상승보다 두배나 더 싫어하며 이 때문에 경기 부진에도 대응해야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인들의 물가 상승 혐오는 구매력 감소 외에도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는 2%다. 지난 5일 상무부가 발표한 4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올라 연준 목표보다 아직 높다.
이 때문에 연준은 오는 1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준금리는 20여 년만의 최고 수준이지만 아직 물가가 목표 범위 내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낮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부 학자들은 물가상승률 2.7%는 용인할 수 있는 정도라고 평가한다.
작년 4월의 4.4%보다 많이 내려온 것이고 2022년 6월의 7.1%와 비교하면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미국인들이 물가 상승을 너무나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이하 현지시간) 진단했다.
하버드 대학교의 스테파니 스탄체바 교수팀이 실시한 최근 조사는 미국인의 물가 상승 혐오를 잘 보여준다.
조사 결과 미국인은 물가가 1%포인트 오르는 것을 실업률 1%포인트 상승보다 두 배나 더 나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실업률은 현재 4%로, 5%로 상승하면 실업자가 170만명 늘어나게 된다. 물가 1%포인트 오르는 것이 이 같은 실업자 양산보다 두배나 더 싫다는 얘기다.
설문 응답자들이 물가 상승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히 구매력 잠식 우려뿐만 아니라 정신적 부담 때문으로 나타났다.
빠듯한 예산에서 돈을 쓰려면 심리적인 타격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스탄체바 교수는 “이는 복잡한 문제”라면서 “예산 기준이 빠듯해지지 않아도 인플레이션은 늘 돈을 쓸 때 다시 생각하게 하는 요인으로, 기본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의 욘 스타인슨 교수는 팬데믹 이전에 물가 목표를 더 높게 설정하자는 의견이었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그는 경제 모델은 사람들이 물가 상승을 생각만큼 싫어할 필요가 없다고 제시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물가 상승 혐오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사람들이 어떤 타당한 이유로 물가 상승을 싫어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우리는 이런 이유를 제대로 모델링하고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