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늘 재선 도전에 최대 걸림돌로 평가되는 불법 이민자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당분간 남부 국경을 통해 불법 입국한 이민자에 대해 망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입국한 뒤 망명을 신청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남부 국경을 넘어온 사람은 망명을 금지하는 조치들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망명은 계속 가능하다면서 “허가 없이 불법으로 미국에 오는 길을 택한 사람들은 망명과 미국 체류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조치는 우리가 국경을 통제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며 “불법 입국자 수가 우리 시스템이 실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어들 때까지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 연설에 앞서 홈페이지에 시행 방침을 공개하면서 앞으로 이민 관리 공무원들은 합법적 미국 체류 서류가 없는 사람을 신속하게 내보내기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7일간 남부 국경에서 체포된 불법입국자 수가 하루 평균 2천500명을 넘을 때 조치가 시행되며, 하루 평균 1천500명 아래 수준으로 떨어지면 2주 후 중단된다고 미국 정부 당국자는 별도 브리핑에서 전했다.

일부 미국 언론은 이미 남부 국경에서 불법 입국으로 체포되는 사람 수가 2천500명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즉각 시행될 것이라고 썼다.

단, 동반자가 없는 어린이, 인신매매 피해자 등에 대해서는 예외가 적용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망명 허용 여부 결정과, 망명 불허 시 추방에 걸리는 시간을 최근 단축했다고 소개하면서 최근에 차기 대통령(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선출된 멕시코와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처는 결국 불법입국자 수가 기준 이상일 때, 비자 등 적법한 서류 없이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온 사람은 망명 신청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며, 신속히 멕시코나 모국으로 되돌아가게 됨을 의미한다.

그동안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온 뒤 망명을 신청하면 허용 여부 결정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었다.

11월 대선과 그에 앞선 오는 2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토론을 앞두고 나온 이번 조처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부수로 해석된다.

작년 말 한 때 하루 1만명 이상에 달하며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았던 불법 이민자 문제가 11월 대선 핵심 이슈로 부상하며 수세에 몰리자 강경책을 빼든 것이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이 ‘불법 이민자’라는 표현보다는 ‘서류를 갖추지 못한(undocumented) 이민자’라는 표현을 주로 썼으나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불법 입국’ 표현을 쓴 것에서도 정치적 포석이 읽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에 빠르게 늘어난 불법 이민자 문제를 공격 소재로 삼으며, 자신이 재집권하면 남부국경 봉쇄 및 불법 이민자 추방에 나설 뜻을 밝혀왔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가을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등에 대한 지원과 국경통제 강화 법안을 ‘안보 패키지’로 묶어 법제화하려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핵심 공격 소재를 대선 때까지 끌고 가고 싶어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중이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작용하면서 법제화는 불발됐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를 통해 불법 입국자가 늘어날 때 차단봉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연설에서 의회 입법을 통한 국경 문제 해결을 시도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해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책임의 화살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1천500명의 국경 순찰 요원, 망명 허용 여부를 결정할 100명의 이민 전담 판사, 마약류 적발을 위한 100개의 고성능 탐지 기기 등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예산안의 의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이민자를 악마화하지 않고, 이민자에 의한 ‘혈통 오염’을 거론하지 않을 것이며, (불법입국한) 아이를 가족으로부터 분리하지 않고,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국을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 이민 정책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수주 안에 나는 우리가 어떻게 이민 시스템을 공정하게 만들고, 문제를 해결할지를 말할 것”이라며 “나는 내 일을 하고 있으니 의회 공화당은 그들의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진보 유권자층 일부에선 이번 조치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이민자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등에서는 망명 신청 기회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 소송을 벌일 움직임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외국인 망명 제한 조치에 맞섰던 ‘아메리칸시민자유협회’를 위해 활동해온 리 겔런트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라며 “망명 금지는 트럼프가 그것을 시도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불법”이라고 AP통신에 밝혔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표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4년 가까운 실패 끝에 조 바이든은 마침내 국경 문제에 대해 무언가를 하려는 척하고 있다”며 “이것은 모두 ‘쇼'”라고 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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