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데 필수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담수(freshwater)의 등장과 물순환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5억년가량 앞선 40억년 전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커틴대 휴고 올리룩 박사와 아랍에미리트 칼리파대 하메드 가말렐디엔 교수팀은 4일 과학 저널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서 서호주 중서부에서 출토된 암석 결정에서 40억년 전 담수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물은 증발과 강수 등을 통해 육지, 해양, 대기 사이를 순환한다. 담수의 등장과 물순환은 초기 생명체 발달에 필요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물순환이 언제 시작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서호주 잭힐스(Jack Hills)에서 발견된 32억~42억년 전 지구 초기 대륙을 이루고 있던 암석 속에 들어 있는 지르콘(Zircon) 광물 결정의 산소 동위원소 성분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암석과의 상호작용에 특히 민감한 산소 동위원소를 이용해 물순환이 시작된 시기를 알아낼 수 있다며 연대 측정이 가능한 암석이나 광물 속 산소 동위원소(산소-18과 산소-16) 비율을 통해 그 산소가 담수에서 온 것인지 해수에서 온 것인지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0억년 전 만들어진 잭힐스 암석을 분석한 결과 지르콘 광물의 산소 동위원소 구성에는 지르콘이 형성되는 동안 뜨거운 용융 상태의 암석이 물과 접촉한 증거가 보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소 동위원소 비율을 토대로 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지르콘이 형성될 때 뜨거운 용융상태 암석이 담수와 바닷물이 섞인 물과 상호작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가말렐디엔 박사는 “40억년 전 만들어진 지르콘 결정에 비정상적으로 가벼운 산소 동위원소가 존재한다”며 “이런 가벼운 산소 동위원소는 지하 수㎞ 아래에서 뜨거운 담수가 암수를 변화시킨 결과”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40억년 전에 이미 지구 표면에 담수가 존재했고, 물순환도 이때 시작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륙 지각 출현과 담수 등장, 물순환 시작이 지구가 만들어진 지 6억년이 채 되지 않은 시기에 이미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틈새 환경 발달을 촉진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 공동 저자인 올리룩 박사는 “지구 초기에 육지와 담수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 같다”며 “이 발견은 지구 초기 역사 이해의 큰 진전이며 생명 기원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