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적 문제로 LA 정신건강국과 LA 경찰국(LAPD)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경찰 총격에 사망한 한인 양용(40)씨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집회가 2일 LA 한인타운 윌셔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한 자리에 모인 100여명의 한인 등 시민들은 양용씨의 억울한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경찰의 공권력 과잉을 규탄하고 경찰의 정신건강 환자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모두 양용씨가 경찰과 대치 중 남긴 말인 ‘나는 당신들을 초대한 적이 없다’라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살인 말고 응급도움’, ‘양용의 죽음을 정의로 승화하라’, ‘모든 증거를 공개하라’, ‘살인 경찰 처벌하라’ 등의 구호가 써진 피켓을 들고 침통한 표정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2분간의 묵도로 시작된 집회에서는 곧이어 양용씨와 경찰이 대치했을 당시 양용씨의 마지막 음성과 상황이 스피커를 통해 소리로 흘러나왔다. 이어 ‘양용 정의구현 시민위원회(이하 JYYPC)’의 대책위원장 최응환 변호사는 “죄를 짓지 않은 정신질환자가 경찰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고 경찰은 문을 강제로 열고 총을 쏜 것이 정당한 일인가”라고 시민들에게 물었다.
이어 양용씨의 작은아버지 양웅씨는 연설에 나서 경찰이 발포 후 양용씨를 살리려는 노력 없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경찰은 애초부터 생명의 고귀함이나 존엄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양웅씨는 이어 “단지 병원으로 이송을 도와주길 요청했지만 그들은 용이를 천국으로 데려갔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했다.
양용씨의 쌍둥이 형 양인씨는 양용씨의 기도문을 읽어내리기도 했다.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희생할 수 있는 선한 사람이 되길 원했던 양용씨의 기도문을 듣고 몇몇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데이빗 김 연방하원 34지구 후보는 “우리 커뮤니티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며 “LAPD와 LA 정신건강국이 정해진 프로토콜대로 대응했는지, 어떻게 기록돼 있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상황조차 전달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벌써 몇 주가 지났지만 면밀한 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시의원이나 주 하원의원 등 정치인들이 아무도 나서고 있지 않다”며 “LA시 차원에서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에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LA 한인타운을 포함하는 LA 시의회 10지구 그레이스 유 후보도 “젊은 한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집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하기 참석했다”며 “양용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개선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유가족 측 변호사 라이언 케이시는 “LAPD에서 정보를 공개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커뮤니티가 들고 일어서 경찰에게 투명한 정보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사건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희생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경찰 프로토콜을 바꿔야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주한국일보 –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