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후보가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2일(현지시간) 대선은 가부장적 ‘마초 문화권’의 두꺼운 유리천장이 깨진 역사적인 순간이다.

유세 초반부터 또 다른 여성 후보인 우파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61)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주해온 끝에 대권을 거머쥔 셰인바움 당선인은 직장이나 가정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차별이나 폭력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나라에서 명실상부한 ‘사회 변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남성 중심 문화(마치스모·Machismo)가 강한 나라로 꼽히는 멕시코에서 미국보다도 먼저 세운 이 이정표는 하루아침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건 아니다.

2022년 1월 1일엔 당시 재무차관보였던 빅토리아 로드리게스 세하(46)가 중앙은행(BANXICO·방시코) 총재에 올랐다. 멕시코 첫 여성 중앙은행 총재다.

이듬해인 지난해 1월 2일엔 노르마 루시아 피냐 에르난데스(63) 당시 대법관이 현재의 대법원 기틀을 마련한 1825년 이래 여성으론 처음으로 대법원장에 선출됐다.

같은 해 9월 1일에는 아나 릴리아 리베라 리베라(51) 상원 의장과 마르셀라 게라 카스티요(64) 하원 의장이 나란히 의회 수장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이날 기준 내무부(루이사 마리아 알칼데), 외교부(알리시아 바르세나), 교육부(레티시아 라미레스 아마야), 경제부(라켈 부엔로스트로), 안보부(로사 이셀라 로드리게스) 등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 핵심 부처 각료 역시 여성이다.

선출직 중에는 델피나 고메스(61) 주지사가 멕시코시티와 함께 수도권을 형성하는 멕시코주를 지난해부터 이끌고 있다. 멕시코시티 역시 셰인바움 당선인이 2018년 첫 여성 시장에 오른 바 있다.

이는 여성 할당제를 비롯한 규정 마련과 입법·사법·행정부에서 성평등을 기본 원칙으로 삼도록 하는 개헌 등을 자양분 삼은 결과라는 게 현지 매체 라호르나다와 엘우니베르살의 분석이다.

약 7∼8년 전부터 멕시코 전역을 들끓어오르게 한 여권신장 운동 영향도 크다. 2020년 3월 9일에는 멕시코 여성들이 ‘여성 없는 하루’로 지정해 ‘페미사이드'(여성 살해) 사건 관심을 촉구하는 총파업을 했는데, 당시 각계에서 지지 표명이 이어지기도 했다.

멕시코 통계청(INEGI)에서 2022년에 발표한 ‘가족 관계 전국 역학조사’ 자료를 보면 15세 이상 멕시코 여성 14만784명을 대상으로 2021년에 진행한 설문에서 일생 각종 폭력을 경험한 적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70.1%가 “그렇다”고 답했다.

폭력 가해자로는 커뮤니티 구성원 45.6%, 배우자와 파트너 중 가장 친밀한 가족 39.9%, 동급생 등 학교 내 구성원 32.3%, 직장 동료 27.9% 순으로 집계됐다.

멕시코 출신인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 사무총장은 지난 2019년 1월 멕시코시티를 찾아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며 안전보장 대책 마련을 주문한 적 있다.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셰인바움 당선인은 5년 뒤인 지금,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성평등 정착이라는 멕시코 사회의 숙원을 해결해야 할 자리에 섰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셰인바움 당선인은 후보 시절 ‘차세대에게 미칠 수 있는 여성 대통령의 영향’과 관련, “어떤 소녀가 나도 정부 수장이 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성에게 강요된 고정관념을 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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